충청권 법원 공탁금 시장... 독식하던 신한은행 아성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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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법원 공탁금 시장... 독식하던 신한은행 아성 깨지나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8.08.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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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 규모 충청권 보관은행 공개 경쟁
신한, 조흥은행 시절부터 70~80% 관리
하나·농협·우리·국민 등 입찰 고려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을 앞두고 은행권이 경쟁에 돌입했다. 신호탄을 쏜 지역은 충청권이었다. 그동안은 수의계약을 통해 신한은행이 독식하던 구조였지만 지난해부터 변경된 공개입찰 전환에 따라 청주지법의 공탁금 보관은행이던 신한은행이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은행이 공탁금 금고지기로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충청권을 시작으로 내년은 영남권, 2020년은 호남권, 2021년은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잇달아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최근 청주지법, 대전지법 천안지원 등 두 곳의 공탁금 보관은행 지정 공고를 냈다. 작년 말 기준 관리하는 공탁금 규모는 천안지원이 1,226억원으로 상급 법원인 청주지법(928억원)보다 더 많다.

공탁은 법에 따라 금전이나 유가 증권, 기타 물품을 은행 등에 맡기는 것이다. 예컨대 채무자가 빚을 갚으려고 하는데 채권자가 거부하거나 혹은 채권자가 누군지 분명치 않을 때 채무금을 공탁 은행 등에 맡기면 된다. 은행은 보관하고 있던 공탁금을 권리자에게 지급하면서 보관료를 걷어 수익을 낸다.

올해 경쟁입찰 대상인 청주지법과 천안지원 두 곳 모두 공탁금을 신한은행이 맡아 왔던 곳이다. 새로 지정되면 앞으로 5년간 공탁금 관리를 맡게 된다. 신청서 접수 마감이 오는 31일이다. 신한은행은 '수성'을 자신하고 있는 반면 KEB하나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도 입찰을 고려 중이다.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의 관전 포인트는 신한은행의 아성이 깨질지 여부다. 독점하던 청주지법 공탁금 보관은행 지위를 상실할 경우에는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한은행으로부터 청주지법 공탁금 관리 역할을 빼앗는 다른 시중 은행은 청주권을 비롯해 도내에서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간 전국 법원은 각 법원마다 공탁금 보관은행을 각자 선정해 사실상 수의계약을 맺었다. 기존에 선정된 보관은행과 재계약 형식으로 장기간 계약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신한은행이 공탁업무를 맡은 지방법원만 13개에 달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한 서울 동부·남부·서부와 인천·대전·대구·부산·울산·광주 등 광역시 법원 등 '알짜배기 법원'이 모두 포함돼 있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시절인 지난 1958년부터 지금까지 법원 공탁금 업무를 맡고 있다. 1958년 법원 공탁금이 생겨나면서 정부는 조흥은행에 해당 업무를 맡겼고 이후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이 합병하면서 각 법원에 들어가 있던 조흥은행 대신 신한은행이 법원 공탁금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공탁금 보관은행 입찰에서 평가항목은 ▲재무구조의 신뢰성(35점) ▲공탁 등 법원 업무 수행능력(35점) ▲민원인 이용 편의성 및 지역사회 등 기여도(30점) 등 크게 세 가지다. 세부 평가 항목으로 보면 '해당 지역의 지점 현황 및 계획과 공탁금 등 납부편리상태 및 증진 방안'(15점)이 배점이 가장 커서 입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공탁금은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짭짤한 수익원이다. 별다른 조달노력이나 비용 없이도 대규모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시중 예금 금리보다도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기준 공탁금 보관은행별 잔고를 보면 전국 법원의 금전 공탁금 규모는 8조5,500억원으로 이중 신한은행은 74.3%를 차지해 사실상 독점체제다. ▲SC제일은행은 5.9% ▲우리은행 4.5% ▲NH농협은행 4.0% ▲대구은행 3.1% ▲경남은행 2.9% ▲KEB하나은행 2.1% ▲부산은행 1.5% 순이다.

법원 공탁금 관리은행으로 지정되면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높일 기회를 얻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탁금은 언제 찾아 갈지 모르는 돈이기 때문에, 정기예금 등 높은 금리의 상품에 예치가 어렵다. 이자가 많이 나가지 않는 돈을 확보할 수 있다"며 "또 법원 직원들과 접점이 늘어나면 임직원 거래 등을 통해 우량 고객도 확보할 수 있어 이번 경쟁입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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