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근 칼럼] 전속고발권 폐지 생색만? ...허울뿐인 공정위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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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근 칼럼] 전속고발권 폐지 생색만? ...허울뿐인 공정위 개혁
  • 이선근 대표
  • 승인 2018.08.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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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일부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여러 행위 유형 중 위법성이 중대하고 명백한 경성담합(가격담합, 수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에 한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일부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허울한 좋은' 속빈 강정이다. 부당단가인하, 감액, 탈법행위 등 불법하도급과 밀어내기, 끼워팔기 등 지위를 남용한 갑질에 대한 전속고발권은 현행유지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담합사건은 노무현 정권때 도입된 ‘리니언시’제도로 인해 많은 시정이 이뤄졌다. 리니언시의 경우 공정위가 무마할래야 무마할 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시의 눈’을 따돌리기 어려운 탓이다. 대부분의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했던 참여자들중 시장점유율이 낮은 자들에 의해 신고가 접수된다. 담합은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을 고착화시키기 마련이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시장점유율 하위에 있는 가담자의 배신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이다. 공정위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봐야 쓸데도 없는 것 이번 기회에 내 놓고 생색이나 내자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 담합사건이 발생하면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경제적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담합사건을 형사사건으로 다루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 또한 미국에서 담합사건을 조사할 때는 평균 5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만큼 경제적 여파가 강하다는 반증이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담합사건을 행정사건으로만 취급한다. 공정위의 담합사건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발표가 그저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근거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발표가 민생을 더욱 멍들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공기관을 필두로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대명사인 ‘최저가입찰’제도 때문이다. 특히 최저가 입찰의 예정가를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게 책정해 놓고 입찰에 부치는 건설현장에서는 이른바 ‘생계형 담합’이 횡행한다. 사법기관이 실적위주의 단속을 펼칠 경우 ‘생계형 담합’은 우선적으로 사법처리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최저가입찰’제도의 개선없이 담합을 단속하게 되면 민생이 더욱 멍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공정위는 사건무마를 대가로 ‘퇴직자 재취업 비리’라는 불명예를 쓰며 ‘을’들의 신뢰를 잃었다. 불공정 하도급행위로 흘린 ‘을’의 피눈물이 공정위에게는 한낮 밥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롯데건설의 갑질에 쓰러진 아하엠텍의 안동권 대표, 목숨을 던지며 원청업체의 단가후려치기를 고발했던 가진테크의 남창식 대표 등 공정위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피해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당사자들이 공정위를 바로 세우겠다며 ‘공정거래회복 국민운동본부’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과는 거의 무관하다시피한 경성담합에 한해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위원장이라는 사람은 기자들을 불러 놓고 마치 일제의 패망을 알리며 항복선언을 하는 일황의 표정에 버금가도록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브리핑을 한다. 도무지 창피한 줄도 모른다. 이쯤 되면 ‘삼류배우’라는 단어 말고는 달리 호칭할 수 있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불법하도급을 포함한 ‘갑질’이 이루어지는 나라, 그리고 ‘갑질’을 단속하라고 설립한 기관이 ‘갑질무마’를 빌미로 일자리를 부정거래하는 나라, 더 나아가 그런 기관을 개혁하라고 보낸 사람이 기관의 이기주의와 협잡해 민생을 등지는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공정거래회복 국민운동본부 대표 이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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