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혁신ICT, 삼성은 굴뚝?... 은산분리 기준, 정부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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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혁신ICT, 삼성은 굴뚝?... 은산분리 기준, 정부 맘대로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8.08.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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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진출대상 기업, 기준 모호... "특정기업 봐주기"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를 마친 후 페이콕 부스에서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QR코드 결제 방식에 대해 설명 듣고 시연하고 있다. @시장경제 DB

여야 정치권이 인터넷전문은행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원칙'(은산분리) 완화를 법제화하는데 합의하면서 특정 인터넷기업 봐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은산분리 완화 법률안은 이달 말 열리는 임시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법률안의 핵심은 산업자본이 보유 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제한을 크게 완화하는데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2대 주주인 카카오의 이름을 상호에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카카오의 지분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현행 은행법이 정한 규제에 묶여 주식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은산분리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시청 민원실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회가 이를 위한 입법에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은산분리 카드 꺼내든 청와대, 규제 개혁 드라이브 신호탄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는 은산분리 완화 카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국한돼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편의성과 특화된 중금리 대출상품을 앞세워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지만 취약한 자본력으로 성장에 한계를 드러냈다. 때문에 서비스 초반부터 산업자본의 투자 한도를 대폭 확대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역시 커지는 경제위기론을 해소하고 빈사 상태에 빠진 내수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에 적극적이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꽉 막힌 체증을 뚫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완화와 같은 공격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본 입장이다.

여당 의원들도 은산분리 완화에 초점을 맞춘 법률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청와대발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친여 성향 진보시민단체, 은산분리 완화에 강한 반감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 법제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정의당은 물론이고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진보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저항이 거세다.

진보성향 학자들도 이들 단체와 연대해 은산분리 완화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용은행의 몸집을 키운다고 고용이 개선될 지 의문”이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위해 정책을 짜맞추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친여 성향 진보 지식인들과 시민단체가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24일 개회 예정인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관련 법률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을 받고 있다. 

여야가 이달 안에 임시회를 열어 은산분리 완화법을 합의처리키로 한 이상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법률안은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정무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률안은 모두 6건. 이 중 2건은 은행법 개정안이고 나머지 4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이다.

◆산업자본 보유 지분 한도, 25~50%까지 확대 추진

정부 여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 법률안'이다. 이 안은 산업자본의 주식 보유 한도를 발행 주식 총수의 34%로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낸 법률안도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34%로 완화했다.
같은 당 소속 유의동 의원 법률안은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50%, 민주당 박영선 의원안은 25%로 각각 제한했다.

한국당 김성태, 강석진 의원이 각각 제출한 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를 최대 50%로 정했다.

정부 여당은, 진보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듯 50% 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박영선 의원안에 대한 당 내부 평가 역시 비슷하다. 보유 한도를 지나치게 줄이면 투자 활성화라는 당초 목적이 무색해진다는 것이 이유다. 지분 보유 한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장애물은 존재한다.

◆자산규모 10조원 기업집단,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가능성 주목

총수가 있는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즉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은산분리 대상에서 제외할 지 여부는 더 큰 갈등을 예고한다.

만약 이들 기업을 은산분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대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는데 법적인 제약은 사실상 사라진다. 그만큼 투자는 활성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방안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반감을 가진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권에 부담이 된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 '모호', 판단은 정부가

정부도 이런 사정을 의식해 절충안을 제시했다. 자산 가운데 ICT 비중이 절반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것.

정부안에 대해서는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자산 중 ICT 비중이 절반 이상인지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고 근본적으로 무엇을 ICT로 볼 지도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ICT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정보통신기술업'으로 정의한다면 이동통신 3사와 휴대단말기(휴대폰) 제조사가 모두 포함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기업도 은산분리 완화 기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실제 한국표준산업분류 중 특수분류 기준에 의하면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삼성SDI, 엘지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ICT업종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는 ICT를 '정보통신업'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표준산업분류 상 제조업”이라고 밝혔다. '삼성 은행, 엘지 은행'은 출현할 수 없음을 강조한 셈이다.

◆'네이버 은행'은 되고, '삼성 은행'은 안 되는 이유

정부의 해석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이 견해를 따르면 정보통신업에 해당하는 신문 방송 인터넷포털 영화 게임기업은 은산분리 완화 업종에 해당돼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의 길이 트이고, 대표적인 IT기업으로 인식되는 삼성전자, 엘지디스플레이 등은 '굴뚝 기업'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네이버 은행, 넥슨 은행'은 되고 삼성 은행은 불가한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만한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언론권력을 쥔 방송과 신문이 은행업에 진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폐해와 삼성전자, 엘지디스플레이가 은행업에 진출할 때 예상할 수 있는 역기능에 과연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보통신업에 소트트웨어 개발,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업종이 포함되기 때문에 삼성SDI나 엘지CNS 등 대기업 계열사가 우회적으로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논리적 모순도 풀어야 할 난제다.

국회 정무위의 법원심사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망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기준을 놓고 혼선을 자초하면서 진보성향 시민단체에서는 특정업체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은산분리인가...특정 업체 봐주기 의혹 불거져

카카오와 네이버 등 소수의 인터넷포털을 사실상 염두에 둔 무리한 정책 기조 변경이란 비판도 있다.

카카오가 투자를 확대하거나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법령 재·개정이 필수적이다. 두 기업은 자산 중 ICT 비중이 과반을 넘기 때문에 정부안을 기준으로 하면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 해당한다. 자산 10조원을 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카카오의 총 자산은 8조5천억원, 제3 인터넷전문은행 유력 후보인 네이버의 총 자산은 7조원이다. 두 기업의 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업종 분류와 관련해 금융감독당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은산분리 완화 대상 기업에 해당되는지를 사실상 정부(금융감독원)가 좌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경우, 은산분리 완화는 실행도 해 보지 못하고 특혜·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양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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