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45> 세종의 건강을 지킨 자하젓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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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45> 세종의 건강을 지킨 자하젓
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세종 시대의 역사와 왕실문화는 이상주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문화위원이 자문했다. <편집자 주>

자하젓. ⓒ한국인의밥상 캡처

“마른 고등어 2궤짝(櫃)과 어린오이(童子瓜)를 섞어 담근 자하젓(紫蝦醢) 2항아리를 영접도감에 보냈다. 백언(白彦)이 진헌 하고자 한 때문이다.” <세종 8년 6월 16일>

영접도감은 사신을 맞는 조선시대의 임시 관아다. 조선은 명나라 사신 백언에게 자하젓 두 항아리를 보낸다. 백언은 조선의 특산물인 자하젓을 명나라 임금인 선덕제에게 바치고자 했다. 백언은 조선의 수원 출신이다. 세종 8년 2월 15일, 편안도 관찰사는 백언 등 명나라 사신이 조선을 향하고 있음을 보고한다. 이에 조정에서는 수원에 있는 백언의 본가를 수리하고, 그의 형인 백용에게 좋은 옷을 입혀 의주로 사신을 마중 가도록 했다.

자하는 1~2cm 크기의 작은 갑각류다. 8쌍의 가슴다리가 있는 데 생김새가 큰 새우와 같다. 바다에서 바로 잡았을 때는 투명한데, 젓을 담그면 붉은색으로 숙성된다. 갑각의 색도 자주색이다. 그렇기에 붉을자(滋), 새우하(蝦)의 이름을 얻었다. 젓갈해(醢)는 젓갈이나 고기젓을 뜻한다. 

육질은 아주 부드럽다. 맑은 청정해역에서 서식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해주, 연안, 남양 등 황해도와 경기도 등 서해 중부에서 잡혔다. 현대에는 충남 서천에서 많이 어획된다. 자하젓은 서해안의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8~9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다.

명나라 사신이 된 백언은 어린 시절 추억 속 자하젓의 특별한 맛을 명나라에 선보이고 싶었던 듯하다. 자하젓은 명나라 황실의 입맛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명나라는 조선에 궁중에서 사용할 해물(海物)을 요청했고, 세종은 11년 7월 19일에 다양한 수산물과 가공물을 선물한다. 선물에는 자하젓 4병을 비롯하여 황어젓 6통(桶), 잉어젓 1통, 토화젓 9병(壜), 굴(石花)젓 3병, 생합(生蛤)젓 4병, 송어젓 3병, 백하(白蝦)젓 7병, 조기 새끼젓 4병, 홍합젓 2병 등 다양한 젓갈류가 포함됐다.

조선의 궁궐에서 쓰고, 명나라 무역품이 된 자하는 쌀새우(白蝦), 새우(蝦), 말린새우(乾大蝦)와 함께 진상품이었다. 자하젓은 궁궐 뿐 아니라 생활이 넉넉한 집에서도 즐겼다. 자연스럽게 여러 문헌에 자하젓이 등장한다. 영조 때 의관 유중림은 자하젓 만드는 법을 증보산림경제에 남겼다.

“전복, 소라, 오이, 무에 소금을 듬뿍 뿌린 뒤 저장한다. 자하가 날 시기에 네 가지 재료의 소금기를 뺀다. 소금으로 간한 자하를 네 가지 재료와 함께 항아리에 켜켜이 넣는다. 기름종이로 항아리 입구를 봉한 뒤 땅에 묻는다. 뚜껑을 꼭 덮고 항아리 입구를 타고 남은 재로 둘러 바르고 묻는다. 오래도록 두면 맛이 더욱 좋다.”

자하젓은 요동지방에서도 생산됐다. 숙종 38년(1712) 북경에 사절로 다녀온 김창업은 요동의 소릉하에서 맛본 자하젓을 일기에 남겼다.

“통역이 감동즙(甘冬汁) 한 병을 사왔다. 맛이 몹시 좋다기에 가져오라고 했다. 즙이 기름처럼 맑았다.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니 참으로 맛있었다.” <노가재연행일기>

김창업은 자하젓(紫蝦醢)의 다른 표현이 감동젓(甘冬)이라고 했다. 젓 속에는 담근 오이가 굉장히 컸음을 기록했다. 김창업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사람들이 소릉하에서 자하젓을 유행시킨 것으로 짐작했다. 

세종실록, 유중림과 김창업의 글에는 자하젓에 공통적으로 오이가 포함돼 있다. 오이는 소양인 채소로 갈증 해소에 좋다. 한의학에서는 오이를 땀띠, 화상, 발열 등의 치료에 적용한다.

세종의 건강과 입맛을 지켰을 것으로 보이는 자하젓은 소화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자하젓 등 새우젓에는 프로타아제와 라파아제 그리고 칼슘 등 각종 무기질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소화력 증진, 면역력 강화, 피부염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육질을 빠르게 분해하는 효소도 있다. 김창업이 돼지고기를 자하젓에 찍어먹은 뒤 만족한 배경이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로 대한황실문화원 황실의학 전문위원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몸을 보(保)하고, 체중을 감(減)한다’는 한의관을 전파하고 있다. 

최주리 한의사  subhut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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