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전환 사활 우리銀, 금감원 '자본율 계산법'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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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전환 사활 우리銀, 금감원 '자본율 계산법'에 초긴장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8.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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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위험가중자산 산출 시 표준등급법 적용 움직임
표준등급법 적용시 위험가중치 늘어 자본비율 하락 우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숙원사업 성취가 눈 앞으로 다가온 만큼 손태승 은행장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손태승 은행장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비필충천(飛必沖天)'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를 기세로 반드시 지주사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필충천'은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120년의 전통을 자긍심으로 삼아 전(全) 직원이 새로운 역사 창조의 주인공이 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총알 장전은 완료됐다. 이제 발사(發射)만 남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초 원화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BIS) 비율을 높였다. 지주사 전환 기반을 갖추기 위한 자본확충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화 후순위채권 3억불 발행에 성공했다. 채권의 만기는 10년(금리 5.125% 고정)이다. 

실적도 탄탄하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3,05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07년 1조3,360억원(상반기 기준) 이후 11년 만이다. 글로벌 부문과 자산관리 중심의 수익구조 개선의 영향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과 연체율이 각각 0.51%, 0.33%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점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0일 금융감독원에 우리금융지주회사(가칭) 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의 심사 후 금융위원회가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면 우리금융그룹은 지주사로 거듭나게 된다. 20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4년 만에 다시 금융그룹의 위상을 되찾는 셈이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상당하다. 특히 계열사 확대와 사업영역의 다변화는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전환 시 자회사에 대한 출자여력이 대폭 확대돼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출자여력이 자기자본의 130%까지 늘어난다. 우리은행의 현재 출자여력은 7,000억원에 그치지만 지주사 전환 후에는 최대 7조원 수준으로 출자여력이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심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기준과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이 지주사 전환 인가 신청을 심사하면서 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자회사 자산에도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리은행은 잔뜩 울상을 짓고 있다. 

5일자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설립할 지주사의 자본비율 계산 시 원칙대로 자회사 자산에도 표준등급법을 적용키로 했다. 특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원칙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감원은 신설 지주회사를 시스템적 주요 은행지주회사(D-SIB·Domestic Systemically Important Banks)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으로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한 값이다. 위험가중치가 높으면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위험가중치는 금융회사 전체의 표준치인 표준등급법과 해당 은행의 자체적인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에 따라 달라진다. 내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떨어지고,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위험가중치가 오르게 된다.

지난 3월말 기준 우리은행 BIS 총자본비율은 15.09%였지만 신설 지주사가 표준등급법을 적용받게 되면 10% 내외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BIS 총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 금융지주회사 인가를 받을 수 있다. 2~3% 수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되는 셈이다. 나아가 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인가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신설되는 지주회사는 강화된 자본규제에 따라 내년부터 BIS 총자본비율 의무기준 8%에 자본보존완충자본 2.5%p가 추가된 10.5%를 넘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다. 표준등급법 적용이 불러 일으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시 표준등급법이 적용되면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현재 미국 증시에도 상장돼 있는데 금융당국이 표준등급법을 적용해 BIS 총자본비율이 출렁이게 되면 해외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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