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강남 '공실 도미노' 어디까지?... 자영업 역대 최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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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강남 '공실 도미노' 어디까지?... 자영업 역대 최악 위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8.0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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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최저임금 2년 전 대비 30% 상승, 매출은 4% 하락
명동 공실률 ‘6.4%’, 강남·논현역·테헤란로·압구정은 ‘10%’

자영업자들의 성지인 명동, 강남에서도 문을 닫는 점포들이 늘고 있다. 명동 공실률은 ‘6.4%’, 강남, 논현역, 테헤란로, 압구정은 ‘10%’로 집계됐다. 임대료와 최저임금은 2년전 대비 30% 가량 상승했지만 매출은 2년 전 대비 4% 하락했다.

최근 강남과 명동에 가면 ‘임대문의’라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기침체와 임대료 상승,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폭등하면서 한국에서 장사가 가장 잘 된다고 소문난 강남, 명동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서울 명동의 의류 매장이 밀집한 한 골목은 매장 20여 곳 중 9개곳이 문을 닫았다. 5개 층 전체가 비어 있는 상가 건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매출이 없고, 손님이 오지 않자 자영업자들은 권리금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 직장인 회식 문화의 변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자영업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최근 2019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은 연속 두 자릿수 인상으로 2년 만에 30% 가까운 인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작년 2분기 9.6%에서 올해 2분기 10.7%로 1.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명동은 4%→6.4%로, 테헤란로는 9.3%→11.9%로 서울 전체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홍대 상권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떨어졌지만, 대형 쇼핑몰이 유동 인구를 흡수하면서 영세 자영업자가 주로 운영하는 소형 상가 공실률은 3.7%에서 17.2%로 급등했다. 급성장하던 이태원 중·대형 상가는 용산 미군 부대가 이전하면서 지금은 5곳 중 1곳이 비어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자영업 경기는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자영업자가 79로 봉급생활자(91)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자영업자의 향후 경기전망 CSI가 봉급생활자보다 낮게 나오면서, 이번처럼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2008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향후 경기전망 CSI는 조사 대상자들이 6개월 후 경기를 어떻게 내다보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다.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6개월 뒤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란 뜻이다. 숫자가 낮을수록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임대료·최저임금 폭등 보다 더 문제인 것이 바로 '매출 감소'다. 올해 상반기 식당과 술집의 매출액이 6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일 통계청의 서비스업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점 및 주점업의 올해 상반기 소매 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95.9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 하락했다.

이 업종의 소매 판매액지수는 2016년 상반기에 3.0% 상승했다가 작년 같은 시기 1.4% 하락으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번 낙폭은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2년(-2.7%) 이후 가장 컸다.

올 상반기 매출액을 2015년에 비교하면 평균(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임대료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폭등해도 매출이 받쳐주면 점포를 운영 해볼만 하지만 매출이 감소하면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달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폐업률(1년간 개업 대비 폐업 수)은 2016년 77.8%에서 지난해 87.9%로 높아졌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올해는 9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을 줄일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중에 여러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소상공인에 대한 세제개편을 더 할 것이 있으면 더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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