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주식' 판치는 증권 시스템… 곳곳이 허점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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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주식' 판치는 증권 시스템… 곳곳이 허점 투성이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8.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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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 점검 결과 발표
"삼성증권 사태, 다른 증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시장경제 DB

국내 증권사들의 주식매매 시스템 곳곳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

특히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태와 같은 허점을 막는 통제 기능을 갖고 있는 기업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3일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주식매매 사고 예방을 위해 유관기관(거래소·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코스콤)과 공동으로 증권 회사들을 점검한 결과 시중의 모든 시스템에서 허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현재의 시스템상에서는 제2의 삼성증권 사태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먼저 일부 증권사의 경우 고객의 직접주문 전용선인 DMA(Direct Market Access)를 통한 대량·고액의 주식매매 주문 시 금투협회 모범규준상 경고메시지·주문보류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주문접속을 뜻하는 DMA는 증권회사의 주문대행 없이 기관투자자 등이 직접 주문관리시스템을 이용해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전송하는 매매방식을 뜻한다.

금투협 모범규준은 주문금액이 30억~60억원이거나 상장주식수의 1~3%에 해당하는 경우 경고메시지를 띄우고 주문금액이 60억원을 초과하거나 상장주식수의 3%를 초과하는 경우는 주문보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증권사들의 DMA 시스템에는 이러한 관리 방식이 빠져 있었다. 해외주식 매매 시스템 역시 자체적으로 주문전송을 차단하는 장치가 누락돼 있었다.

더욱이 한국거래소의 블록딜(대량매매) 시스템의 경우 증권회사 담당자의 입력만으로 매매체결이 이뤄지고 있고, 주문화면상 가격과 수량 입력란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는 등 착오 방지를 위한 장치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실물입고와 관련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실물 입고는 투자자가 증권사 업장을 찾아 종이로 된 증권을 제출하는 방식을 통해 계좌에 주식을 입고하는 방식이다. 이는 여전히 거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실물입고하면 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후 주식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들이 예탁결제원의 확인 통보와 책임자 승인 등의 절차를 무시하고 실무 담당자의 입력만으로 이 과정을 처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담당자가 실수로 입력할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유령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발행주식 수가 100만 주인데 실수 혹은 고의로 1,000만 주를 입력해도 시스템상에서 발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없이 많은 유령주식이 발행되는 것을 시중 증권사들이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전산시스템상 총 발행수를 초과하는 수량의 입고도 가능했다. 이는 삼성증권 사태가 다른 증권사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점검 결과다.

이에 금감원은 사고주식의 입고 및 매도 방지를 위해 고객의 실물주식 입고 의뢰시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본사의 확인 전까지 자동적으로 매도가 제한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현재 블록딜(대량매매) 시스템의 경우 50억원 초과 주문 시 증권사 담당자가 입력하면 매매가 체결되지만, 앞으로는 책임자의 승인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주식 대체 입·출고 업무의 효율화와 사고예방을 위해 전체 증권회사가 CCF(Computer to Computer Facilities) 방식으로 주식 대체 입·출고를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대체 입·출고의 경우에도 시스템 상으로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 하는 수량의 입고가 차단되도록 개선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증권회사는 CCF 회선 보강 비용 문제 때문에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CCF 방식은 인위적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금감원은 증권회사의 회선 보강을 독려하겠다고 했다.

이달부터 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블록딜(대량매매) 시스템을 개선하고 모범규준 등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 연내에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권리배정 관련 시스템 개선은 연내 작업에 착수하되, 증권회사와 논의를 거쳐 2019년도까지 완료할 입장이다. 금융투자협회는 내부통제가 미흡한 증권회사가 자체적으로 규정 개정과 전산시스템 개선을 연내에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해당 증권회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이러한 지침을 토대로 내년 1분기 중 전(全) 증권사에 대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결과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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