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머그잔 거부한다고 나가라 할 수 있나" 곳곳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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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머그잔 거부한다고 나가라 할 수 있나" 곳곳 혼란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8.08.0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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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회용컵 엇박자 정책에 애꿎은 고객·개인카페만 '난감'
가이드라인 모호... 현장 혼선 일자 '과태료 부과' 하루 연기
고객 대부분 일회용컵 선호... 점주들, 세제·물사용 급증에 "불만"

"일회용컵 사용제재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것은 국가도 기업도 아닌 결국 소비자들이죠. 유리잔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환경오염과 기타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걸로 비춰집니다. 단순히 안쓰면 환경이 좋아진다는 1차원적 법안이에요. 이를 채택하고 시행한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카페 손님 진모씨, 남·31세)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금지를 천명하고 나섰지만 가이드라인이 모호해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 개인카페의 경우 직원들의 업무량 증가와 유리컵 추가 구매 등 비용도 늘어 점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이달 1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집중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영지침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됨에 따라 과태료 부과를 하루 연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자체별 단속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5월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21개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은 두 달 전부터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일회용컵 제한 준수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개인 커피전문점은 당장 적용하긴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브랜드조차도 환경부 조사 결과 7월 한달 간 다회용 잔을 손님에게 권한 비중이 44%에 불과했다.

실제 현장상황은 어떨까? 기자가 찾아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일회용컵으로 음료가 제공되고 있었다. 스타벅스는 "드시고 가시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드시고 가시면 머그잔에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머그잔에 달라고 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이디야의 경우도 직원이 "드시고 가시면 머그잔에 드릴까요?"라고 손님에게 질문했지만 대부분 거절하며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받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개인카페 점주들은 법 시행에 앞서 국민의식 변화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외대 인근에서 A카페를 운영하는 송모씨(남·37세)는 "매장에선 당연히 머그잔 이용을 권유했지만 손님 대부분은 일회용컵을 선호한다"며 "우선적으로 고객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돈 주고 사먹는 고객이 싫다고 하면 매장 점주 입장에서는 나가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난감하다"고 설명했다.

화랑대 근처 B카페를 점주 안모씨(여·28세)는 "아이스잔과 머그잔 종류에 따라 구비해둬야 하는 잔이 달라 이것 또한 부담"이라며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본사에서 일괄시행해 바로 적용 가능하지만, 개인카페는 일일히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음료잔 세척시 주방세제와 물을 많이 쓰게 된다"며 "바쁜시간에 잦은 설거지로 고무장갑을 꼈다 뺐다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그냥 고무장갑을 안끼고 씻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점심시간처럼 잠깐 앉았다 나가는 손님이 많은 시간대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근무자를 최소로 줄였는데 설거지와 컵 정리 등 업무까지 겹치면 운영이 힘든 곳도 많을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한편 환경부는 과태료 부과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점검결과 일선 카페들의 민원이 많아 단속할 지자체 담당자 의견을 수렴한 뒤 과태료 부과를 시작한다고 알렸다. 과태료는 매장 규모와 위반 횟수에 따라 5만원에서 50만원으로 구분된다. 3번 이상 적발되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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