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향수 5일장, 옛이야기 지즐대는 詩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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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향수 5일장, 옛이야기 지즐대는 詩場(시장)
  • 김진황 기자
  • 승인 2016.06.2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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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지용의 고향…테마 공연 인기
인력거·기마경찰·풍각쟁이 등 개화기 재현
음식 나누는 '이심점심'에 과객도 '이심전심'
▲ 정지용 시대극 퍼레이드 ⓒ옥천 향수5일장

“옥천 5일장에 가면 옛 향수를 느낄 수 있어요. 사람들도 같이 느끼면 좋겠어요”

옥천 5일장을 찾지 못해 길을 물었을 때 한 할머니께서 옥천 5일장을 설명해주시면서 한 이야기다. 반신반의. 요즘 전통시장들은 현대화 사업으로 단장해 예전 전통시장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옥천 5일장은 달랐다. 옥천군 옥천읍 목인교 부근 공설시장. 5일장이 서는 날엔 여느 날의 모습과는 다른 난장이 펼쳐진다. 이름하여 옥천 ‘향수 5일장’이다. 현대적인 비가림 시설이 잘 만들어진 시장엔 장꾼들의 좌판 대신 무대와 객석이 차려지고 무대 뒤편에는 걸개 그림이 걸린다. '먼 사람들이 이리 많이 모였디야'

그저 팔고 사기만 했던 장터가 공연으로 새 옷을 입고 사람들의 감성과 만나게 된다.

 

ⓒ옥천 향수5일장

옥천군의 5일장은 특히 정지용 시인을 주제로 시인의 철학과 영혼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시장(詩場)으로 과감하게 변신했다.

지나해 7월 15일 처음 실시된 문화행사는 오후 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정지용 시 낭송과 풍물놀이, 군무, 마당극 각설놀이 등이 이어졌다. 상인들과 방문객들이 재미와 흥을 나누는 행사들도 매 5일장마다 시장을 채워줬다.

정지용(鄭芝溶·1902∼1950) 시인을 소재로 한 ‘시(詩)가 있는 향수 오일장’ 공연과 퍼레이드가 충북 옥천읍 공설시장에서 열렸다.

공설시장에서 장사하는 강종호(62)씨는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대전 등지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장에서 장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며 “앞으로 장날마다 이렇게 테마가 있는 행사를 갖는다면 옛 시장의 모습을 찾지 않겠느냐”고 즐거워했다.

‘청년 정지용’을 테마로 옛날 장터 분위기를 재연한 문화공연들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1919년 서울 휘문고보(현 휘문고)에 다니던 정 시인이 고향인 옥천역에 도착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정 시인과 함께 인력거, 마차, 기마경찰, 사진사 등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마치 80여년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정 시인의 일본 도시샤대(同志社大) 재학시절(1923∼29년)로 설정한 장터 안 특설무대에서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다문화여성들이 패션쇼를 열었다. 일본에서 발표된 그의 작품 ‘압천(鴨川)’이 시극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또 20인조 오케스트라가 일제 강점기 민족의 한을 담은 노래 ‘울 밑에 선 봉선화’를 연주하는 가운데 후배 문인들이 정 시인의 ‘향수’ 등을 낭송하면 장터는 그대로 세월을 옮겨 놓은듯 시가 흐르는 문화공간으로 변한다.

안내면에서 왔다는 최말숙(75·여)씨는 “옛날 옷을 입고 장터를 다니는 모습을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말했다.

▲ 박철기, 줄리안 부부 혼례식 ⓒ옥천 향수5일장

아직 혼례를 치르지 못한 다문화여성(상인)의 전통혼례식도 인기다. 옥천5일장 활성화사업단장 송주철씨는 “전통혼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계승하고, 점점 현대화 되어가는 전통시장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멋스런 전통을 계승하고자 시작했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혼례식을 한 정구혁·김선옥 부부는 혼례식 후 방송에 사연이 소개되면서 운영하는 식당에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 ⓒ옥천 향수5일장

마음이 통한다는 사자성어 ‘이심전심(以心傳心)’을 패로디한 해학적인 프로그램 '이심점심'은 나눔을 실천하는 행사다. 이심점심 프로그램 서포터즈들이 점심이나 커피를 준비해 상인들에게 베풀면 그 상인들이 다시 나눔을 실천하는 릴레이 나눔이 이어진다.

서포터즈가 다시 서포터즈가 되는 재미있는 시간으로 상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라고 한다. 절기별로 음식나누기를 통해 이심점심은 확장해 나간다. 입춘대박 기원제, 수박씨 멀리 뱉기 대회, 송편빚기 대회, 알콩달콩 팥죽데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7979 콜센터’는 시장을 찾는 방문객의 짐을 맡아 주는 일 등 손님들과 상인들의 사소한 애로를 해결해 주는 잔심부름꾼 센터다.

안내에 머무는 인포메이션 센터가 아니라 잔심부름까지 다 해주니 손님 입장에선 편리하기 그지 없다.
5일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공연하는 풍각쟁이 공연, 정지용시대 패션쇼, 상인들로 구성된 향수 합창단 공연 등 상인들이 직접 참가하는 공연들이 옥천 향수 5일장의 매력이다. 매월 15일과 30일 5일장이 서는 곳에서 펼쳐진다.

ⓒ옥천 향수5일장

‘시방쉼방’은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며 대화, 휴식, 문화 강연 등이 가능한 다목적 지역문화거점공간이다. 매주 월요일 저녁엔 향수합창단, 화요일 저녁엔 정지용시극의 연습장이고 5일장땐이 저자 거리 문학 강좌가 열린다.

문화활성화 사업단 이순하 팀장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문학 예술단체와 연계해 시문학교실, 합창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상인들과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화활성화 사업단 송주철 단장은 “작년에 5일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졌다면 올해는 시장의 일상에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한다. 상인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문화행사를 만들어 나가면서 시장이 번창 할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전했다.

옥천 5일장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에서 최우수 A등급을 받았다.

 

보물찾기 해보실래요?
“칼갈이·풍물패 등 장터 보물지도 만들터”

▲옥천군 시장 활성화 사업단 ⓒ양호상 기장

“보물찾기 해보실래요?” 옥천 향수 5일장에는 보물들이 많다. 칼 가는 아저씨, 풍물패, 수필가, 두부, 김, 향수합창단 등 옥천 향수 5일장의 가치 있는 상품과 재능 있는 상인, 옛기록이나 이야기들이 보물지도에 담길 예정이다.

옥천군이 전개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

옥천 향수 5일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한 2011년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사업'에서 최우수 A등급을 받았다. 시범시장 대상으로 사업추진비율, 사업실적 도달률, 평가위원 평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최우수의 등급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옥천 5일장과 문화를 접목, 지역 고유의 인적·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시장을 활성화시켜 맛과 멋을 북돋우고 있는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이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한 옥천5일장 활성화사업단은 정지용 시극, 다문화가족 전통혼례식, 상인노래자랑, 상인합창단, 저잣거리 문학강좌 등을 통해 상인에게는 주체의식을 심어주고 지역주민들에게는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5일장 활성화 사업단장 송주철씨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옥천5일장 본연의 정취와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 서민경제의 활성화를 이루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주민과 상인 모두가 교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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