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농협, 다른 앱... 차별받는 '지역농협' 고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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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농협, 다른 앱... 차별받는 '지역농협' 고객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8.07.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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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중앙회 앱 기능도 차별... 영업평가용 전락
이체한도, 은행 '올원뱅크’ 300만원... 중앙회 'NH콕뱅크' 100만원
지역농협 직원 “실적압박에 성능 안좋은 '콕뱅크' 고객에 권유”
농업인 위해 만든 NH콕뱅크, 농업인 특화 서비스는 ‘제로’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이 무분별하게 어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올원뱅크', '스마트뱅킹', 'NH콕뱅크' 모바일뱅킹 앱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농협 측은 올원뱅크·스마트뱅킹과 NH콕뱅크를 만든 회사가 각각 다르다는 이유로 여러 개 앱을 따로 운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에서 만든 올원뱅크는 단순한 금융거래 뿐만 아니라 NH금융통합, 환전·송금, 쉐어하우스, 사다리게임 등 일상생활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반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에서 만든 NH콕뱅크는 기본적인 금융거래 서비스만 제공하다가 지난해 12월 비대면 금융상품 가입, ATM 출금, 공과금 납부 등을 추가했다. 그러나 올원뱅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 은행권 앱에서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외화 환전 서비스조차 없다. 1일 이체 한도액도 다르다. 올원뱅크에서는 1일 이체 한도액이 3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NH콕뱅크는 100만원까지만 된다.

문제는 올원뱅크보다 상대적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NH콕뱅크의 가입자 수를 늘리라고 강요하며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을 주고, 직원 권유로 이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6월과 7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올원뱅크와 NH콕뱅크는 똑같이 출시 20개월 만에 가입고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그만큼 실적 압박을 받은 은행원들이 앱 가입을 강요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지역농협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장 모씨(28)는 “콕뱅크보다 올원뱅크가 기능이 훨씬 좋다는 걸 알지만 실적 압박 때문에 고객들에게 콕뱅크를 권유하고 있다”며 “같은 농협에서 만들었을 텐데 농협은행 앱은 좋게 만들고, 왜 지역농협(상호금융) 앱은 허술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지역농협을 차별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전주에 사는 정 모씨(42)는 금융업무를 보러 농협에 갔다가 직원의 권유로 NH콕뱅크 앱에 가입했다. 어느 날 200만원 정도 금액을 지인에게 보내야 할 일이 생겨 콕뱅크로 이체를 시도했으나 실패해 정 모씨는 번거롭게 은행에 가서 업무를 봐야했다. 콕뱅크 앱에서는 1일 이체한도액이 100만원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혜택을 준다는 말에 혹해 앱을 설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업주부 이 모씨(39)는 “원래 올원뱅크를 쓰고 있었는데 농협 은행 창구 직원이 콕뱅크를 쓰면 사은품을 준다길래 가입했다”며 “콕뱅크에 가입만하고 주로 올원뱅크를 사용한다”고 했다. 비대면 채널을 늘리는게 고객에게 편리함을 주기 보다 오히려 불편함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스마트뱅킹은 기존에 전통적인 앱이고, 올원뱅크는 젊은 고객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만든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원뱅크와 NH콕뱅크를 통합하면 안되냐는 질문에는 "올원뱅크와 스마트뱅킹은 농협은행에서 만든다. 올원뱅크 담당 부서가 따로 있다. 콕뱅크는 회사가 다른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쪽에서 만들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관계자는 "농협은행과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 NH콕뱅크는 농업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NH콕뱅크 앱에서 농업인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모바일뱅킹 앱을) 소비자 관점에서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업평가 방법의 하나로 강제화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쟁적으로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게 문제다. 소비자 편익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증진됐느냐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필요한데, 그 부분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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