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오르자 월급 깎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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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오르자 월급 깎였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7.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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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률보다 높은 폐업률... 최저임금에 '자영업 붕괴 위기'
중기중앙회 "취약계층 일자리 빼앗고 양극화 심화" 경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관계자들이 지난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정부와 일부 노동계가 밀어붙인 2019년도 최저임금 8,350원 인상안을 놓고 소상공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소상공인들은 먹고살기 위해선 실정법 위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는 안타까운 목소리다.

사실상 생계에 의한 정책 불복(不服) 선언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에 맞서는 국민저항권(國民抵抗權) 행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올 역효과도 문제다. 경제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급여·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반대급부(反對給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아가 한국 경제의 모세혈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이 무너질 경우 지역경제 기반이 줄줄이 붕괴하는 대혼란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출은 점점 줄어드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직원을 해고하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경기불황 탓에 가게를 내놓아도 인수자가 없어 권리금까지 포기한 채 문을 닫는 사례도 즐비하다.

자영업 붕괴의 실상은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자영업 폐업률은 이미 2017년도 하반기에 창업률을 앞질렀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개업하는 가게보다 문을 닫는 가게가 많은 최악의 상황이다.

자영업의 붕괴는 급여·고용 감소로 직결된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5∼9명 규모 소규모 음식점과 주점 근로자가 올해 3월 받은 시급은 평균 7,840원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지난해 3월보다 619원(8.6%)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월 임금총액 평균은 같은 기간 86만7,265원에서 81만6,183원으로 5만1,082원(5.9%) 줄었다. 이는 2015년 기준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05만1,048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경기는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이 껑충 오르자 여러 악조건에 직면한 업주들은 아르바이트생과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고육직책을 택하고 있다. 악순환의 반복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은 대기업 노조도, 공무원도 아닌 자영업자와 직원들이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월급이 줄어든 수많은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러 문제 제기에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말로만 외치는 민생(民生)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비난하며 "결국 현장에서는 업무 난이도와 수준에 상관없이 임금이 일률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영세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경영계가 강력히 주장한 사업별 구분적용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별다른 대안도 없이 최저임금을 추가로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욱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년 새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른 셈인데 그만큼 장사가 된 가게가 어디 있겠나? 그동안 나름대로 정부에 하소연하듯 목소리를 냈지만, 소상공인보다는 귀족 노조를 우선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상공인과 영세한 사업장에 고용된 근로자들 간 을(乙)끼리 싸움을 붙이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이번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해 "이제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진규 의장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1년 해보고 속도조절 여부를 결론 내리겠다'고 했는데, 이제 그 1년이 지난 만큼 약속한대로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인상 속도를 조절해 취약계층의 고용충격을 줄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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