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보험 악용해 기성금 삭감"… 현대중공업 '탈법' 의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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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 악용해 기성금 삭감"… 현대중공업 '탈법' 의혹 확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7.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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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민청원서 “기성금 삭감 후 담당자 보직 해임으로 돈 안 줘”
‘선공정 후계약 논란’ 돈 안주면서 인원 계속 충원하라는 현대重
탈법 행위 가리키는 증거들… 인정 시 일반 위반 보다 처벌 강할 듯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선공정 후계약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4대 보험 납부 유예정책 시행 후 기다렸다는 듯이 기성금을 삭감했다.” (대한기업 김도협 대표)

현대중공업이 4대보험 납부 유예 정책을 이용해 하도급 대금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업체 측이 내놓은 증거는 단순 하도급 대금 지급 문제를 넘어 ‘탈법’(계획적 사기) 의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대한기업 김도협 대표는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현대중공업(주)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 1만여명이 이 글에 동의를 하면서 현대중공업의 갑질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대한기업은 2015년 6월 1일 설립한 3년차 회사다. 현재까지 4대 보험 연체금 12억 원, 중진공, 신용재단, 신용기금, 은행권에 빌린 4억 원 등 총 16억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큰 부채를 지게 된 원인에 대해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4대 보험 유예정책 후 기다렸다는 듯이 기성금(공사대금)을 줄여 근로자 임금을 못 줄 정도로 갑질을 일삼았고, 그로 인해 세금(4대 보험)을 지금까지 유예하고 있다. 매달 공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인원 충원을 원하고, 구두로 압박해 인원충원을 했으며, 매달 말 기성 시점이 되면 품위서 결제가 나지 않았다는 핑계로 다음 달에 해준다는 말에 속아 여기까지 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매달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 상무 및 담당 부서장 그리고 담당 과장들을 직위해제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 시키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또한 “물량 계약 또한 ‘선공정 후계약’으로, 매월 15일부터 말일까지 한꺼번에 계약하는 방법으로 저희들은 매달 기성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매달 말까지 기다려야 알 수 있는 불공정을 일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각 부서마다 문책성 인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의 몫이 되어 버렸다. 불공정 계약 및 공정관리, 인원관리, 작업계획관리 등 현대중공업이 일삼고 있는 불공정을 고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대한기업 외 다른 하청업체에게도 비슷한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은 조금이라도 배를 빨리 진수 할 목적으로 공정을 8주 진수에서 6주 진수로 2주나 당겼다. 업체평가에서 하위권 업체들에게는 안전 및 품질 기획점검을 시행해 더 어렵게 만들고 기성 또한 박살을 내 스스로가 그만두게 하는 갑질을 하고 있다”며 “업체가 공정날짜를 준수 못하면 기성금(공사대금)을 줄이고 평가 점수에 반영해 업체 줄을 세우는데 약자인 저희는 무리하게 불안전하게 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한기업은 현대중공업이 적자 상황에서도 계속 인원을 충원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공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공사 인원 40명을 부서장 지시로, 인원충원을 했다. 인원충원에 대한 공사대금은 부서장이 품위서를 받아 책임을 갖고 해결하겠다 했지만, 책임진다고 한 부서장은 보직해임되고, 담당 과장들 또한 전체가 보직해임 되어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의 주장을 정리하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대금 미지급 갑질은 단순히 공사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것을 넘어 탈법(계획적 사기) 의혹으로 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상 탈법 행위는 기획 행위, 애초에 불법을 저지르려고 계획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어 일반 하도급법보다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첫 번째 증거는 ‘4대 보험 유예’ 정책이 시작되자 현대중공업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성금을 대폭 삭감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 이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근로자 임금 지급과 세금 납부가 가능한 수준에서 기성금을 받았다. 그런데 정책 시행 후 기성금을 대폭 삭감시켰다. 기성금은 공사 달성율에 따라 지급하는 대금으로 4대 보험 지급과 관련이 없는 하도급 대금이다. 기성금에서 삭감할 이유가 없는 대금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4대 보험 유예 정책은 현대중공업에서 알려준 것이라고 했다.

‘4대 보험 유예’는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로 경기 변동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업종의 고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조선업은 지난 2016년 6월 30일 지정됐고, 1년의 연장을 거쳐 지난 6월 30일 유예기간이 만료됐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두 번째로 탈법 행위 증거는 ‘선공정 후계약’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선공정 후계약'은 조선 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 관행이다. 하청업체에서 계약서를 쓰자고 말하면 “못 믿으면 일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일감을 주지 않기 때문에 공사 대금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기업 담당자 구두 약속만 믿고 일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담당자 보직 해임과 공사대금 미지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공사 대금을 책임지겠다고 밝힌 담당자가 ‘왜’, ‘무슨 이유’로 보직해임 된 것인지 현대중공업은 알려주지도 않고 있다고 김 대표는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애초부터 돈을 주지 않기 위한 ‘기획성 보직해임’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 홍보팀은 ‘대한기업 하도급 대금 미지급’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담당이 따로 있다. 담당자가 연락을 할 것”이라고 밝힌 후 연락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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