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전통시장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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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전통시장 어떻게 해야 하나
  • 강형기 칼럼
  • 승인 2016.11.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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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강형기 / 충북대 지방자치학 교수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다. 전통시장은 한 도시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생활의 정취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에콜로지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는 전통시장은 냉난방기의 가동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형 유통점에 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그린시장이다. 대화 없이 기계가 찍어내는 가격에 따라 돈을 지불하는 쓸쓸한 도시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는 대형 유통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공간이다. 접속은 많아도 접촉이 없어 외로운 도시사회에서 전통시장은 흥정이 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서의 공간이다. 따라서 전통시장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역의 정서와 문화 그리고 상징적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시장 활성화 논의에는 고객의 입장보다는 단지 시장이라는 공간과 상인의 입장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일본이 실패했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1973년에 ‘대규모 소매점의 소매활동 조정에 관한 법률’ (대점법)을 제정했다. 대형 유통점이 신규로 입점할 때에는 기존 시장 및 상점가의 상인들로 구성된 ‘상업조정협의회’와 이해를 조정하여야 한다는 법을 제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지금 일본에서 중심 상점가를 표현하는 말이 있다. ‘한 시간에 고양이 두 마리, 개 세 마리, 그리고 사람 한명 지나가는 거리’가 그것이다. 일본의 ‘대점법’은 1998년에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물리적 정비에 초점을 둔 ‘중심시가지활성화법’으로 그 내용이 바뀌었다. 그 결과 아케이드를 만들고 주차장 정비에 막대한 돈을 썼지만 효과는 없었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바뀐 세상에서 물리적 공간을 현대적으로 정비한다 해도 구매자는 여전히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전통시장에 접근하기 쉽도록 마을버스를 연결하고, 재래시장 내에 고령자와 주부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복지시설과 집회시설을 정비하는 등 사람이 모이게 해야 비로소 활성화된다는 단순한 사실을 외면하고 시설투자에만 매달린 대가는 실로 컸던 것이다.

전통시장의 문제를 단순히 상업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해결책이 없다.

대형유통점을 억제하고 시설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것만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이용자의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는다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간판을 정비해도 소용없다. 전통시장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지키려는 마음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정감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살려야 한다는 회고론에 입각하면서도 고객 환대라는 마음을 재생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편리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형점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시설의 현대화만으로는 애초에 경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전통시장을 고객이 교류하는 장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주부들을 위해 아이를 잠시 맡아주는 서비스를 하고, 시장 내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책을 빌리면서 장도 보게 해야 한다. 복지시설을 유치시켜 노인들이 일상으로 지나다니게 하고, 아이들과 주부들에게 식문화를 전파하는 평생학습시설도 함께하게 해야 한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지역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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