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간부의 수상한 한라行... '만도 특혜' 오비이락?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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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정위 간부의 수상한 한라行... '만도 특혜' 오비이락?한라대 거쳐 한라그룹 재취업... '경력세탁' 의혹 도마위
한라그룹이 자리잡고 있는 잠실 시그마타워 전경 ⓒ네이버 부동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핵심 요직을 지낸 전관(前官)이 대기업에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력세탁을 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경제>가 한라홀딩스의 사업·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공정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K씨는 2016년 12월에서 2017년 3월 사이 한라그룹 홍보실장으로 재취업했다. K씨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같은 서울고 출신이다.

기관장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代辯人)은 정부 조직의 핵심 직책으로 꼽힌다. K씨는 2009년부터 3년 간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을 지내며 불공정거래행위 분야의 전문가로 불렸다. 당시 지식재산권 남용에 대한 심사지침을 선제적으로 만들었고, 몇 년 뒤에는 공정위의 요직인 소비자정책국장에 오르기도 했다. 대변인으로 발탁된 것은 2013년 1월 무렵이다.

공개된 정보에서 확인된 K씨의 마지막 공직 활동은 2014년 10월경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 파견(팀장)이었다. 부패척결추진단은 공직사회와 민간분야를 통틀어 사회 전반에 대한 부정부패·비리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담당하는 기구였다.

2달 뒤인 2014년 12월 일부 언론을 통해 K씨의 공정위 복귀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 관계자는 "K씨가 명예퇴직을 신청해 공정위로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언론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K씨는 2014년 말이나 2015년 초 공정위를 퇴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K씨는 앞서 같은해 4월 카르텔조사국장에 임명됐지만 파견 근무 발령으로 6개월 만에 물러났다. 카르텔(cartel)은 동종 또는 유사산업 분야 기업 간에 결성되는 기업담합형태를 뜻한다. 카르텔조사국은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정보통신업 분야의 카르텔과 입찰담합 사건을 조사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4급 이상의 일반직 국가공무원 등은 퇴직일부터 3년 이내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업체 등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 없이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기 전인 2015년 3월 31일 이전 퇴직자는 3년이 아닌 2년의 이동 제한을 받는다.

문제의 2년이다. 공정위를 나온 K씨는 한라그룹 본사나 (주)만도로 직행하지 않고, 업무 연관성이 가장 옅은 계열사인 한라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한라대학교는 한라그룹이 만든 산하 학교법인(배달학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K씨는 2016년 한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공정위를 주제로 하는 칼럼을 언론사와 한국공정거래학회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정위에서 퇴직한지 2년이 되는 시점인 2016년 12월에서 2017년 3월 사이, K씨는 한라그룹 홍보실장으로 다시 한번 자리를 옮겼다.

공정위 요직을 두루 거쳐 대변인까지 지내고 심지어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 팀장으로 활동했던 K씨가 업무와 관련성이 깊은 한라그룹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상당한 논란거리다.

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겸 한라그룹 회장 ⓒ한라홀딩스

더욱 심각한 문제는 K씨가 한라그룹에 재취업한 시기와 맞물려 벌어진 공정위의 갑질 축소 의혹이다.

<시장경제>는 앞서 지난 6일 공정위가 (주)만도의 하도급대금 부당결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法) 위반금액과 과징금을 대폭 축소하는 등 사실상 면죄부(免罪符)를 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제동장치,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주)만도는 2015년 기준 연매출 3조941억원을 기록한 중견기업으로, 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취재진이 확인한 공정위 내부자 제보에 따르면 (주)만도가 하도급업체에 줄 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규모는 무려 500억원 수준이었다. 제보자는 2017년 3월 30일 공정위가 감액 금액을 50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166배) 축소해 과징금 8,000만원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주)만도의 갑질 문제를 내부 관계자로부터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단독] "만도 500억 갑질, 공정위가 3억으로 축소"... 내부문건 파장

K씨가 한라그룹 홍보실장으로 재취업한 시기는 2016년 12월에서 2017년 3월 사이, 공정위가 (주)만도의 갑질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시기도 2017년 3월이다. 시기가 묘하게 맞물려 있다. 이후 1년 뒤인 올해 3월 기준 한라홀딩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K씨는 홍보실장 겸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주)만도의 대표이사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경제 검찰'이라고 불리며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정위가 환부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버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의 갑질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지만 공정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검찰의 칼날은 공정거래위원회와 OB들을 향하고 있다.

허울뿐인 공정(公正)이 문제다. 이른바 '관경유착(官經癒着)'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공정위 관련 기관인 공정경쟁연합회를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경쟁연합회가 공정위와 기업들을 연결하는 창구 구실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망을 좁혀가는 상황이다.

지난 5일에는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백화점을 압수수색했다. 공정위 전·현직 직원들의 특혜 취업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공정위가 고위 간부 수십명의 재취업 리스트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알선한 것으로 파악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공정위가 퇴직을 앞둔 직원들의 경력을 세탁해준 뒤 기업에 일대일 짝짓기를 해준 정황도 드러났다.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한편, 취재진은 K씨의 입장·반론을 듣기 위해 10일 오후 3시부터 한라그룹 홍보실과 임원 비서실에 전화를 했지만 "연락처를 전해드리겠다"는 답변만 반복됐을 뿐이다. 회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진은 11일 오전 9시 30분경 다시 홍보실로 전화를 했지만 신호음만 울렸다. 결국 K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창균 기자  crack00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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