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도 내로남불?... 인터넷은행,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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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도 내로남불?... 인터넷은행, 그것이 문제로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07.0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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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전까지 "특혜 의혹" 외치던 與, 이제와 '규제 완화' 입장 선회한 까닭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 당정청 관계자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통 금융관료 출신의 최종구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금융개혁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후 수개월 간의 노력 끝에 당청(黨靑)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비록 연기되기는 했지만 대통령 주재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에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핵심 의제로 올릴 수 있던 것은 최종구 위원장이 소신(所信)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문(親文) 일색인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업계 규제 완화의 발목을 잡았었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現 고용노동부 장관)은 금융위원회가 케이뱅크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해당 문제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달 뒤인 10월, 금융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혜 의혹과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놓고 여야 간 뜨거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시만 해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반면,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야당 의원들은 신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17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인터넷전문은행 2호 카카오뱅크 출범이 예정돼 있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 인터넷은행의 장점은 물론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활용하는만큼 상당한 파급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기존 은행법을 무시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허가하면서, 절차상은 물론 실정법상 특혜 소지가 크다고 공격했다. 이를 두고 여당 의원들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대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KT와 카카오가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이뤄질 경우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016년 12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개혁 중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브랜드가 붙어 있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무사히 지나가기 어렵고,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해야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8개월 뒤인 현재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그간 현행법 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뜻만 표명해왔지만,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기점으로 상당 부분 방향을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여권 핵심 인사들이 단기간 내에 입장을 바꾼 배경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겨레신문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 이후 단기간에 금융소비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여당 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문제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데다 현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아직 최종구 위원장의 뜻이 오롯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해당 안건을 테이블에 올리기는 했지만 문재인 정부 개국공신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반발에 밀려 여전히 의제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통령 주재 회의에 올리는 안건은 정부 관계부처는 물론 여권에서 사전에 조율된 것으로 사실상 통과를 염두에 놓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참여연대의 영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었던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점검회의는 시작 3시간여 전에 돌연 연기됐다.

정부 규제혁신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총리 직속 국무조정실은 "이낙연 총리가 집중 논의 예정이던 핵심 규제 2건 등에 대한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대통령에게) 회의 연기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관련 부처에서 올린 규제혁신 성과 및 계획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이낙연 총리의 질책이 나왔고, 상황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답답하다"며 회의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아직까지도 암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가까스로 유상증자 문턱을 넘었지만 추가 자본 확충의 발판인 은산분리에 발이 묶여 있어 자금난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더라도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규제가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국회는 아직 원구성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다.

결과적으로는 굽히지 않는 최종구 위원장의 강단(剛斷)과 여권의 정치적 결단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은산분리 규제를 두고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만큼 설전이 불가피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입장을 뒤바꾼 것처럼 향후 금융개혁을 천명하고 방향을 명확히 한다면 논쟁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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