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쉬쉬' 버스번호판 권리금... 3천억 폭탄이 돌고 있다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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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쉬쉬' 버스번호판 권리금... 3천억 폭탄이 돌고 있다번호판 개당 ‘300만~1000만원’까지 공공연하게 거래
국토부 “확인 시 없애겠다”, 전세버스연합회 “처음 듣는 일”
전문가들 “공급과 수요 확실히 파악해 정책 변경해야”

전세버스 번호판에 권리금이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본지 취재결과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권리금을 주고 전세버스 번호판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적으로 형성된 권리금 규모는 대략 3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 권리금이 곧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번호판 권리금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며 "확인 시 없애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권리금 구조를 갑자기 없앤다면 1차 피해는 그동안 번호판을 사고 판 지입기사와 회사가 입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시장경제>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전세버스 번호판 권리금’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지입료 25만원, 권리금으로 400만원을 냈다.” (서울지역 지입기사 K씨, 6월 15일)

“나는 지입료 20만원, 권리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성남지역 지입기사 H씨, 6월 20일)

“(18일 기준으로)서울에서 팔 때는 300만원, 살 때는 400만원, 경기에서 팔 때는 400만원, 살 때는 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고차 매매 중개인 L씨, 6월 20일)

“C전세버스회사에서 대당 500만원의 번호판 권리금을 매겨준다면서 회사 매각을 제의했다.” (서울전세버스 A사 대표 H씨, 6월 19일)

넓이 335mm, 높이 155mm에 불과한 노란색의 영업용 번호판이 수 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입기사와 전세버스회사 사장, 중고차 매매 중개인들은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취재진이 한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전세버스 번호판 매매 관련 글에는 다양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 ‘프리미엄’, ‘번호판값’, ‘넘버값’. 이는 권리금에 대한 표현들이다. ‘번호판 권리금’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인 이유는 국토부가 “권리금 거래를 없애겠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상에 올라온 전세버스 번호판 매매 관련 글.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 임창호 사무관은 “정부는 권리금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만일 전세버스 번호판에 권리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면 예전 차량 등록제도로 원상복구(수급조절→등록제)시키겠다. 현재 한국교통연구원에 전세버스 권리금과 관련한 연구를 발주했다. 오는 11월 결과가 나오는데, ‘권리금이 있다’고 나오면 정책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시현 박사는 “(국토부 연구 발주에 따라) 현재 전세버스에 공급이 과잉됐는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리금은 부차적인 과업이며 연구 결과는 11월말에 끝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번호판 권리금’을 없애는 방법으로 꺼낸 카드는 ‘등록제 재도입’이다. ‘등록제’란 신고제의 한 종류이다. 전세버스 회사가 차량을 등록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신고한다면, 번호판의 희소성은 사라지고 권리금 역시 소멸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세버스 공급 과잉 여부도 살펴볼 문제다. 이를 다루는 ‘수급조절’ 제도는 전국의 전세버스의 총 대수를 조절하는 제도다. 허가제의 한 부류다. 법에 ‘증차 금지’라고 못박아 증차는 안 되고, 감차만 되도록 만들었다. 수요는 그대로 있고 공급(전세버스 증차)이 없어지면 기존 전세버스들은 희소성을 갖게 된다. 권리금이 생성되는 이유다.

국토부가 전세버스업계에 희소성이라는 혜택을 준 이유는 바로 ‘교통안전’ 때문이다. 전세버스가 많아지면서 가격 덤핑경쟁이 발생했고, 이는 저단가 저임금→지입기사 만연→차량 관리 불능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이를 한방에 해소하고자 국토부는 지난 2014년 7월 전세버스 사업 변경 제도를 ‘등록제’에서 ‘수급조절’ 제도로 교체했다.

이미 혜택을 본 업계가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제도로의 회귀를 꾀하는 국토부와 현 제도의 유지를 바라는 업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차 전세버스 신규등록 제한 등 수급조절 시행 고시 내용. 사진=국토교통부

권리금을 거래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파악되고 있다. 첫 번째는 기사와 기사 간 거래다. 입사하려는 기사가 퇴사하려는 기사에게 권리금을 주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기사와 회사 간 거래다. 기사가 이직을 할 때 회사에서 차값과 지입료 외에 권리금을 요구하는 경우다. 세 번째는 회사와 회사 간 거래다. A회사가 B전세버스회사를 인수할 때 번호판 개수에 따라 값을 책정해 매각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기사와 기사, 기사와 회사가 직접 권리금을 책정하고 거래했다면, 현재는 번호판 매매상이 중개할 정도로 시장이 체계화 됐다.

업계에서는 권리금이 걸린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김 모(53)씨는 서울에 있는 '이리더스관광'을 상대로 자신의 ‘번호판 권리금 350만원’을 돌려달라는 지급명령 소송을 지난 7일 의정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리더스관광' 명의로 된 전세버스를 3450만원에 구입했지만, 350만원의 권리금을 회사가 착복하고, 퇴사 시 3100만원만 줬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중고차값 시세 차익에 따른 금액”이라며 반박했다.

그렇다면 권리금은 구체적으로 얼마에 거래될까.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6월 19일 기준으로 300만~500만원에 권리금이 통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세버스업계 고위 관계자는 “(권리금이) 최대 1000여만원까지 거래되는 것을 봤다”고 언급했다. 전국에서 전세버스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경기도에서 권리금이 높게 책정됐고, 팔 때보다 살 때 100만~200만원의 웃돈이 얹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전국의 전세버스는 총 4만5670대(국토교통부 통계누리 2015년 기준)다. 이를 계산하면 권리금 총규모는 대략 3000억원대(4만5670대×700만원=3196억9000만원)로 형성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전세버스 번호판 권리금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취재진이 한국교통연구원 모창환 박사의 설명을 들어봤다.

-‘수급조절’ 제도는 전세버스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목표를 가진 정책이다. 권리금이 형성됐다고 이를 등록제로 회귀시킨다면, 교통사고를 줄이는 목표는 다시 후퇴하게 된다. 그냥 놔두자니 개인 전세버스를 인정하는 단계로 발전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수급조절’을 시행할 당시 업계(전세버스연합회)에 권리금이 발생하면 한시적 총량제(수급조절)를 재검토(등록제 회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급을 무한정 막을 수 없으니 한시적으로(2년 마다 평가) 수급조절을 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공급과 수요가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한다.”

-박사님은 권리금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시는가.

“아니다. 개인전세버스는 반대한다. 개인전세버스가 되면 기사들은 개인택시처럼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고, 개인의 재산이 된다는 이야기다. 개인화가 되면 정책의 융통성은 사라진다. 특히, 안전 문제에 있어서 문제가 된다. 전세버스에는 수 십 명의 승객을 탑승시킨다. 아무런 규제 없이 개인에게 수 십 명의 생명을 맡기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 사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약 500만원의 권리금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전세버스시장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시장이 안 좋아지면 권리금이 감소할 수도 있다. 권리금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향후 한시적 총량제와 같은 획일적 경제규제보다는 안전규제나 서비스규제와 같은 비경제적규제의 강화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가 국토부의 정책 미스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22년 간 번호판을 매매한 정ㅇㅇ씨의 설명이다. “권리금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인간의 욕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돈이다. 허가제로 전환하면 권리금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기면 없애겠다’는 식으로 정책을 짰다면 업계는 혼란만 커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권리금을 주고 판 기사들이 될 것이다. 한편으론 겁주기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등록제로 전환하겠다고 엄포만 놓아도 가격(번호판)은 내려간다. 실제로 화물차의 경우 ‘배’번호판을 증차하겠다고만 해도 가격이 내려간다.”

한편, 취재진은 전세버스회사를 대표하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권리금’과 관련해 지난 19일 질의를 했다. 하지만 연합회 측은 “처음 듣는 일이다”,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밝힌 후 굳게 입을 닫았다.

정규호 기자  jkh@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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