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상생 거꾸로, 세븐일레븐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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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상생 거꾸로, 세븐일레븐의 '거짓말'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8.06.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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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 편의점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직영점 입점이요? 논의된 바 없고, 향후에도 그럴 일 없습니다”

세븐일레븐 홍보팀에게 최근 이전한 본사 시그니처타워 내 직영점이 들어올 계획인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2주 전 본지는 세븐일레븐이 영업지역제한 거리인 250m내 본사 직영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세븐일레븐은 처음 듣는 말이라며 극구 부인했지만 취재 결과 두 차례에 걸쳐 주변 가맹점주에게 동의서를 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첫 시도는 가맹점주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고, 6개월이 지난 최근에도 1층 무인편의점 운영을 위해 또다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가맹점들은 ‘갑’인 본사가 자신들의 영리를 위해 '을'의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필요에 의해 주변 점주들의 동의를 받고 입점을 추진할 수는 있다. 문제는 불투명한 진행과정과 대응방식이다. 우선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점이다. 두 번에 걸쳐 확인했지만 모두 확고하게 “그런 사실 절대 없다”고 잡아뗐다. 더군다나 취재가 들어간 지난 19일은 FC(영업관리자)가 아닌 본사 영업직원이 주변 가맹점주에게 동의를 구하고 다닌 직후였다.

점주들에게 정확한 고지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한 가맹점주는 "지난해 12월 FC가 왔을때 ‘직영점’이 들어오는지 물어보니 ‘가맹점’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의사결정에 판단기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숨겼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와 함게 직영점이 들어오면 주변 가맹점 매출에 당연히 영향을 끼친다”며 “결국 본사 의지대로 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우리가 무슨 힘으로 거부하겠는가. 갑질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세븐일레븐 본사 이전과 직영점에 대해 “시그니처 빌딩은 롯데자산개발이 관리하기에 임대료가 타 빌딩에 비해 높음에도 반강제로 본사를 이전하게 됐다”며 “부족한 공실률을 높이기 위해 직영점 입점도 추진하는 것”이란 말도 돌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동반성장 간담회’를 열어 파트너사와 함께 동고동락을 약속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가맹점주와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7개 행복충전 동반성장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뒤에서는 실리를 챙기며 가맹점 하소연에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편의점 기업의 운영상황은 어떨까? CU는 본사내 편의점이 없다. GS는 본사내 직영 편의점이 있지만 이는 약 20년 전에 입점한 것으로, 주변 가맹점들보다 먼저 입점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GS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상생이 대두되는 시대에 굳이 직영점을 무리하게 입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행보가 유난스럽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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