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영국은 15년, 우리는?... 갈등 부추기는 임대차법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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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영국은 15년, 우리는?... 갈등 부추기는 임대차법
지난 15일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회원들이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건물 임대료 인상 문제로 건물주와 갈등을 빚다가 건물주 이 모씨를 둔기로 폭행한 '궁중족발' 사장 김 모씨(54) 사건이 지난 15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김씨가 둔기를 준비해 범행한 점, 둔기로 머리를 가격한 점을 고려해 김씨에게 특수상해 및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김씨는 구속되어 있는 상태이다.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던 건물주 이 모씨는 “법이 문제면 입법부에 가서 항의할 일이지 나한테 폭행을 가할 일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또한 “궁중족발의 사장이 내 재산권을 박탈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은 모두 23건이다. 대부분의 법안이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겨있다.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으로 늘리려고 하는 노력은 20대 국회뿐이 아니다. 상가임대차법이 처음 시행됐던 2003년부터 지속돼왔던 논쟁거리였다.

계약갱신요구권을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측은 건물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논리를 들어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세입자의 재산권(영업권)도 건물주의 재산권만큼이나 소중하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리고 세입자 대부분의 영업권은 그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사유재산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영국의 경우를 보자. 영국은 1972년에 국가가 상가임대차법 (Lease, 자영업자 임대법)을 강력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은 상가임대차로 인한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는 궁중족발과 같이 건물 주인이 바뀌어도 건물주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려 받지 못한다. 임대기간은 최소 15년으로 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20년 혹은 25년으로 계약한다. 임대기간이 15년이면 세입자가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5년마다 인근 시세에 따라 임대료 인상 재계약을 하는데 이 또한 건물주 마음대로 인상 할 수 없다. 심지어는 주위시세보다 임대료가 저렴해도 세입자 동의없는 인상은 불가능하다. 건물주는 임대료 외에 권리금(premium)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임대료외에 다른 무엇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세입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세입자의 동의가 없으면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도 영국과 비슷한 강도로 상가건물의 세입자를 보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영업자들이 국가경제의 근간이자 허리를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임대료 갑질’을 하는 건물주들은 대부분 “당신 아니라도 들어올 세입자는 넘쳐난다”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 상가임대차 분쟁의 가장 큰 원인은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자영업자의 비중이다. 상가임대차 피해가 발생할 확률 또한 두 배 이상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가임대차법에 규정된 세입자 보호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을 뿐이다.

김흥수 기자  hs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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