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사설구급차에 위탁"... 장기조직기증원 입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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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사설구급차에 위탁"... 장기조직기증원 입찰 논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6.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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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여객업계 “사설구급차는 택시처럼 미터기 요금제 받아야”
장기기증원 “법적으로 문제없다”
사진=한국장기기증원 홈페이지 캡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사장 조원현, 이하 장기기증원)이 최근 진행한 ‘장기기증 후 장례식장 이송 위탁용역사업’에 입찰자격이 없는 사설구급차를 참여시키고 위탁운영을 맡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수여객(장의차)업계는 사설구급차는 택시처럼 요금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는데, 장기기증원이 이를 어기고 경쟁입찰로 낙찰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기기증원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장기기증원은 지난 2월 6일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에 ‘장기기증 후 장례식장 이송 위탁 용역’ 공고를 올렸다. 사업예산은 7200만원, 추정 건수는 240건으로 총액 경쟁 입찰 방식이다. 이 사업은 장기기증 후 장례를 치러야 하는 시신을 전국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이송하는 사업이다. 비용은 모두 장기기증원이 부담한다. 

1차 입찰에서는 입찰자가 1곳 뿐이어서 유찰됐다. 2월 19일 2차 입찰에서는 참가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장기기증원은 사업자의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2월 28일 3차 입찰에서는 추정 건수를 240건에서 200건으로 낮췄다. 3곳이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 낙찰자가 없어 재입찰에 들어갔다. 4월 11일 4차 입찰이 진행됐다. 사업비는 7200만원, 이송 건수는 200건, 최종적으로 의정부에 있는 한 사설구급차 회사가 낙찰됐다.

그런데 특수여객업계에서는 장기기증원의 이번 입찰이 불법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여객 B사 관계자는 “사설구급차는 환자를 이송할 때 택시처럼 미터기를 켜고 ‘기본요금/km 당 얼마’로 이송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장기기증원의 입찰 방식은 ‘경쟁 입찰’이다”며 “이렇게 되면 사설구급차는 미터기를 켜고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건당 얼마를 받고 운행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특수여객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입찰 초기부터 장기기증원에 사설구급차는 가격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라고 수차례 지적했다. 그런데 무작정 사설구급차도 운행할 수 있다며 일방통행식으로 낙찰시켰다. 법(사설구급차 요금제도)에는 해석에 차이도 없고, 여지도 없는 ‘미터기로 받고, 영수증 지급하라’라고 간단명료하게 나와 있다. 사설구급차업계와 뒷거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미터기로는 50만원의 이송료가 나왔다면 이 사업에서는 낙찰자가 자유롭게 지급하기 때문에 40만원이 나올 수도 있고, 60만원도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법에는 어떻게 돼 있을까. ‘응급의료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11조’에 따르면 구급차는 이송료를 받을 경우 ‘이송처치료 영수증’을 발급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영수증을 발급 받기 위한 이송처치료 기준은 ‘별표3’에 나와 있다. 별표3에 따르면 기본요금 3만원, 추가요금 1천원/km, 의사 및 간호사‧응급구조사 탑승에 타라 1만5천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3.

소비자가 택시처럼 사설구급차를 타고, 기본요금+거리당 얼마로 요금을 낸 뒤 영수증을 받으라는 취지다. 정부가 이렇게 사설구급차의 요금제도를 법으로 정한 이유는 그동안 환자 뒷돈, 연예인 택시, 거짓 환자 이송 등의 각종 불법을 저질러 왔기 때문이다.

이번엔 장기기증원의 공고문을 살펴보자. 장기기증원의 입찰 공고문을 보면 입찰 방식은 ‘단가 경쟁’이다. 사업예산은 7200만원, 이송 건수는 200건이며 총액 경쟁 입찰 방식이다. 낙찰 단가에 따라 사설구급차의 요금이 달라 질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54조에 따르면 구급차는 영리를 목적으로 응급환자를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이송 또는 소개·알선하거나 그 밖에 유인하거나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공고문을 보면 이 사업은 전국구 사업이다. 낙찰된 의정부 업체가 전국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모두 이송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타 지역 사설구급차에 물량을 넘겨야 하고, 이 과정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알선과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장기기증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장기기증원 가족관리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국을 관할하며 근거 있는 비용 지급이 가능한 업체 선정이 필요했다. 그에 맞춰 입찰을 진행해 적격한 업체를 선정한 바 있다. 해당 사업 입찰 진행 시 비용 산정은 응급의료법 제 11조 별표 3의 기준에 따라 운송비를 산정했다. 그 외의 비용은 국가계약법 제 6조에 의거해 산정했다. 본 입찰은 해당 법령을 근거로 한 적법한 경쟁입찰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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