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유통, 암담한 제조... 주52시간이 부른 '워라밸' 위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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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유통, 암담한 제조... 주52시간이 부른 '워라밸' 위화감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8.06.0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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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에 근로단축 '이중고'... "되레 고용 줄어들 수도"
백화점 매장 전경. 사진= 픽사베이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 주52시간 근로시간을 앞두고 대형유통기업과 제조기업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근무시간 감축 및 PC오프제도 등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는 대형유통기업과 달리 식품, 패션 등의 제조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걱정이 태산이다. 

주요 유통대기업들은 근로시간을 조정해 이에 대비하고, 정부도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등을 확대해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주52시간이 정착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마트 52시간 준비 끝… 주35시간, 개·폐점 시간 조정

신세계·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개·폐점시간 조정, ‘PC오프제도’를 통한 야근 방지 등주로 근무시간을 줄여 주52시간을 맞춘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는 이미 올해부터 주 35시간이란 다소 파격적인 근무제를 도입했다. 더불어 신세계백화점은 영등포점, 경기점, 광주신세계등 3개 점포에 한해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변경해 시범운영 중에 있다. 이와 함께 이마트도 지난1월부터 폐점시간을 기존 밤12시에서 11시로 1시간 단축했다.

하지만 마트 노조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휴식시간이 줄어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급여도 이전보다 줄었다며, 사전 준비없이 강행한 근무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만 피해보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전국 123개 점포 중 49개 점포에 대해 폐점시간을 기존 밤12시에서 11시로 단축한다. 롯데백화점은 ‘PC오프제도’를 도입해 근무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PC가 꺼져 야근을 방지하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 세부방안은 현재 논의중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초부터 본사 이외 백화점 매장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단축 시범운영 중에 있다. 기존 매장직원 퇴근 시간을 오후8시에서 7시30분으로 앞당겼다. 본격 시행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대백화점그룹도 롯데백화점과 마찬가지로 PC오프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임산부 직원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식품·패션기업 등 제조기업… 신규채용·인건비 부담에 '악'소리

반면 식품·패션 등 제조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줄이고 추가인력까지 채용하는 부담이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익률이 낮은 산업인데 근로시간이 줄게 되면 대체인력을 추가 고용할 수 밖에 없어 비용부담이 상당하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도 민감한 여론 때문에 제품 가격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장 근로자가 많은 우리는 가동시간에 따라 근무시간표가 결정되기에 줄어든 시간만큼 초과근무와 주말근무를 피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타 업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은데다 가산임금까지 지불하게 되면 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문제점은 ‘인건비 부담 가중(37.1%)’,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량 차질(18.8%)’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계계자들은 “일괄적인 주52시간이 아닌 산업·기업에 따른 순차적인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패션업계도 당장 추가인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52시간을 강행한다면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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