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해 놓고" vs "과도한 금액"... 시세차익 수억 '분양전환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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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해 놓고" vs "과도한 금액"... 시세차익 수억 '분양전환가' 논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5.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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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분양가 너무 높다. 5년 임대 방식으로 바꿔달라”
사업자 “10년 전 서명해 놓고, 이제와 말 바꾸면 부당”
부동산업계 “운영사에 위장전입자 색출 의무 부여해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전환 대상이 전국적으로 14만7천가구에 이른다. 입주민들의 "주변 시세 급등으로 인해 10년 후 분양전환 가격이 너무 올라 비싸 이를 낮춰달라"는 주장과 사업자들의 "10년 전 이런 사실을 감안해 계약서에 서명을 해 놓고 이제와서 가격을 낮춰달라고 하는 것은 시세차익을 노린 지역이기주의"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공공 임대 주택 분양전환가 제도를 놓고 ‘입주민과 LH’, ‘입주민과 민간사업자’간 공방이 치열해 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폭리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노린 지역이기주의”라며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하고 있다.

‘임대 주택 분양전환가’란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임대 주택에서 5년 또는 10년간 거주하면 분양권을 우선적으로 받게 되는데, 이때 내야 하는 분양 전환 가격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에 따르면 판교 등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전환 대상이 전국적으로 14만7천가구에 이른다. 매년 수천건씩 공공에서 민간으로 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임대 주택 공급대상자는 보통 월 500만2590원(3인 기준)을 이하로 벌어야 하고, 자산은 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는 2850만원 이하급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2018년 기준이며 말 그대로 서민이어야만 입주가 가능하다. 10년 전인 2000년대 후반의 조건은 현재보다 낮았다. 임대 주택의 거주 조건은 보증금과 월 임대료로 구성되며 시중 시세의 90% 수준에서 책정된다.

그런데 최근 시세가 급등한 곳이 생겨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변 시세가 급증하면서 분양전환 우선권을 받아도 구입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입주민들 사이에서 나왔고, 이 여론이 엉뚱하게 LH, 민간건설사의 ‘폭리’로 확산되고 있는 것. 이곳 입주민들은 분양전환가 산정 방법을 5년 임대 주택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강성파들은 분양전환가를 ‘건설원가’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나와 "판교 10년 임대아파트의 경우 당시 20평형 기준 분양가가 3.3㎡당 1천만원 선이었는데 현재 감정평가를 하면 3.3㎡당 2천500만원으로 2.5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주택 입주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분양전환가는 어떻게 책정될까. 5년 임대 주택의 분양전환가는 건설원가와 감정가의 평균이다. 보통 70% 수준에서 책정된다. 10년 임대 주택의 분양전환가는 감정가 이하에서 사업자가 분양가를 정한다.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분양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 씨가 10년 전인 2009년에 2억원을 들여 성남에 ‘10년 임대 주택(60㎡)’에 입주했다고 가정해 보자. 10년이 지난 현재의 주변 아파트의 분양 시세는 8억원, 임대인인 LH는 감정가 이하인 ‘7.8억원’을 분양전환가로 책정했다. 그런데 입주민들은 7.8억원은 너무 비싸다며 분양전환가를 ‘5년 임대 주택’ 방식으로 바꿔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5년은 공사원가와 감정가의 평균이므로 대략 4.9억원 정도다. 이렇게 되면 입주민들은 2.9억원을 투자해 8억원짜리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 강성파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그자리에서 6억원의 시세차익을 벌면서 내집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와 LH,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입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지역이기주의”라며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받아들이더라도 소급 적용을 하지 말고, 앞으로 건설되는 임대 주택에 한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입주민들이 적은 금액의 투자로 수 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기 때문이다. 앞선 예시에서 2억원을 투자해 내 집을 마련했다. 들어간 돈은 총 4.9억원인데, 시세는 8억원부터 시작한다. 3.1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특혜 시비가 일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특혜 문제를 방지하고자 10년 전부터 관련 내용을 꾸준히 고지해왔고, 입주민들도 관련 내용을 이해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LH는 “10년 공공임대는 참여정부 시절 도입 당시 5년의 임대기간이 너무 짧으니 10년으로 늘려 임차인의 거주 안전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것”이라며 “LH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거나 분양 폭리를 취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는 “(분양전환가 5년제)개정 법안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기존 입주민들에게 소급적용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위장 서민부터 색출하고, LH 등에 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남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임대 아파트에 1억원대에 외제차가 너무 많다. 웬만하면 소나타급 이상이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을텐데, 그걸 구입해 끌고 다닌다. 서민으로 보기 애매하다. 현재 분양 전환가를 놓고 논란 중인데, 진짜 서민 보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서민도 정말 많을 것이다. 진짜 서민들이 분양전환가(시세차익) 노리는 ‘위장 서민’ 때문에 피눈물을 흘릴 수 있다. 정부가 권한을 갖고, 위장 서민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서민들이 살고, 부동산 시장도 좋아진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현재 입주민들의 주장은 그 논리가 다양하고 분산돼 있다. 공통적으로 주장되고 있는 부분은 헌법판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입주민이 본지에 보내온 메일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60㎡이상인 경우 '분양전환가 자율결정'이었고, 개정후 법령에서는 85㎡까지 분양전환가를 규제했는데, 개정 후 법령을 따르라고 전원 일치 합헌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100대 공약사항'에도 '분양전환방식 개선'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근거들이 모든 10년 임대주택 입주민들에게 당장 소급 적용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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