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설탕대체재 스테비아... CJ는 왜 알룰로스 고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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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설탕대체재 스테비아... CJ는 왜 알룰로스 고집할까
  • 이준영 기자
  • 승인 2018.04.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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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비아 세계시장 1/4 석권... CJ·삼양 "사업성없다" 외면
알룰로스 다이어트 효과, 학계 “공신력 없다” 논란
스테비아 개선 기술력 갖고도 논란 많은 알룰로스에 집중
스테비아 가루. 사진=시장경제신문DB

비만, 당뇨를 유발하는 설탕을 대체할 다양한 감미료 개발이 세계적으로 치열한 가운데 스테비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50년이 되면 세계 설탕의 1/4을 스테비아가 대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하지만 국내 설탕기업은 스테비아가 아닌 알룰로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모두 향후 스테비아 사업은 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사카린부터 알룰로스까지… 다양한 대체감미료

최초의 대체감미료는 사카린으로 1879년 처음 발견됐다. 설탕보다 300배 높은 당도를 지녔고, 칼로리도 낮아 발견 이후 수십 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판매가 중지됐다. 세월이 흘러 1998년에야 국제암연구소가 사카린을 암유발 물질에서 제외시키면서 오명을 씻었지만 여전히 인식은 좋지 않아 식품 기업들도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후 1980년대 중후반 코카콜라와 펩시가 사카린을 대신해 아스파탐을 사용하면서 급부상했다. 아스파탐은 과일 맛을 돋궈주는 역할을 해 많은 음료회사가 사용하고 있지만 비만을 유발하고 열에 약해 사용처에 한계가 있다.

1998년 등장한 ‘수크랄로스’는 당도가 무려 설탕의 600배로 맛도 설탕과 매우 유사해 많은 인기를 누렸다. 설탕을 원료로 화학 합성을 통해 만들어져 깔끔한 맛과 설탕이 원료라는 이미지로 기존 아스파탐을 밀어냈다. 하지만 이탈리아 연구진의 비공개로 실험용쥐에 실험한 결과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와 미국 공이과학센터가 ‘안전’에서 ‘주의’등급으로 변경한 바 있다.

2008년 스테비아가 대체감미료 최초로 미국FDA 승인을 받으며 천연감미료 시장을 열었다. 정확히는 스테비아란 남미에 자라는 풀에 함유된 ‘스테비오사이드’ 성분에서 ‘레바우디오사이드’란 감미성분이 95%이상 포함된 것을 승인한 것이다. 미국FDA 승인받은 천연감미료로 알려지며 스테비아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대체 감미료로 떠올랐다.

다음으로 최근 나온 알룰로스가 있다. 개발은 일본에서 됐지만 양산화는 우리나라 CJ제일제당에서 먼저 해냈다. 알룰로스는 건포도나 무화가, 밀 등에 미량으로 함유된 성분으로 설탕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낸다는 평가가 있다. 국내 설탕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경쟁적으로 알룰로스는 개발해 시장에 내놨고, 향후 이를 더욱 키운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2020년까지 500억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알룰로스 다이어트 효과? 학계 “공신력 없다”

국내 설탕기업도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대체감미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5년 5년간의 개발 끝에 알룰로스의 양산화에 성공하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더불어 ‘큐원’이란 브랜드로 설탕을 제조하는 삼양사도 알룰로스 제품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 알룰로스 분말과 액상제품 이미지. 사진= CJ제일제당

국내 설탕기업이 대체감미료로 알룰로스를 선택하면서 국내에도 다양한 알룰로스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저당제품 인기 기류에 편승해 관련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6년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최명숙 교수 연구팀은 알룰로스가 장에서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고 체지방을 연소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확인돼 안정성도 확보했다. 특히 실험용 쥐가 아닌 인체실험을 통한 결과여서 신빙성에 무게가 많이 실렸다.

그러나 관련 학계에서는 이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관계사인 CJ제일제당의 의뢰를 받아 진행된 것이고 단 3개월 만의 지표로 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더불어 논문을 공식발표 한 것도 아니라 공신력 문제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논문을 공식 발표할 경우 다른 업체에서 알룰로스 효소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알룰로스 제품들도 성분을 들여다보면 순수 알룰로스가 아닌 백설탕·수크랄로스(합성감미료)·정제소금 등을 적절히 혼합한 제품으로 밝혀져 과장홍보 논란도 있었다.

◇스테비아 외면 이유… 끝 맛 쓰고 사업성 없다?

국내 설탕기업이 스테비아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끝 맛이 써 국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양사는 “사업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두 기업이 스테비아를 거부하는 이유와 달리 세계는 스테비아 열풍이 불고 있다. 1990년 초반 미국에서는 스테비아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음식물 첨가제 등 그 외 사용 용도를 판매 금지시켰지만 2008년 미국에서 스테비아의 추출성분 레바우디오사이드를 음식물 첨가제 사용을 승인시켰다. 매해 스테비아를 생산하는 나라가 매년 증가해 왔으며 2011년에는 EU(유럽연합)에도 스테비아 생산 판매 허가가 승인됐다.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스테비아 함유 식품은 2011년 636종에서 2014년 2274종으로 증가했다. 미국 식품회사 크래프트푸드 등은 일부 제품의 인공 감미료를 스테비아로 교체하겠단 발표도 했다.

스테비아 콜라 제품 이미지.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스테비아의 단점으로 끝 맛이 쓰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설탕과 혼합해 사용할 수가 없어 인드라 누이 펩시콜라 CEO는 “스테비아는 콜라와 맞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었다. 하지만 뒷맛을 조절해 펩시는 2014년 10월 스테비아와 설탕을 함께 쓴 ‘펩시 트루’를 선보였다. 코카콜라도 이보다 앞서 ‘코카콜라 라이브’를 발표했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스테비아의 끝 맛을 이유로 국내 설탕기업이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국내 기술력으로 충분히 끝 맛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테비아가 사업성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미 세계적인 천연 대체감미료로 뜨고 있는데 사업성이 왜 없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알룰로스는 아직 유럽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실제 식물의 소량 존재하는 알룰로스의 기능도 아직 잘 모르고 있다며 아마도 어떤 물질의 생합성과정의 중간물질로 생성되는게 아닌가란 의견을 보였다.

또한 CJ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가격 경쟁력이나 인지도 등으로 인해 외부에 어떻게 알려지는지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론 회의적이다”는 귀띔을 전했다. 이어 “대체감미료가 부상하고 있으니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지 실제 매출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지난 2010년경 필리핀 지역에 알룰로스와 함께 내세우고 있는 자일로스 공장을 건립해 운영했지만 사업성 악화로 2013년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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