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기의 힐링타임] 故장국영을 기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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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기의 힐링타임] 故장국영을 기억하는 법
  • 정선기 소장
  • 승인 2018.04.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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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씨네프 장국영 15주기 맞아 출연작 상영

매년 4월이 되면 요절한 톱스타인 '포에버 장국영' 추모 분위기에 풍긴다. 안방극장에서는 벚꽃처럼 화사하게 인생을 꽃피우다가 만우절에 가버린 홍콩스타 장국영 추모 열기가 이미 시작됐다.

케이블채널 씨네프에서는 최근 장국영 15주기를 맞아 그의 출연작 상영 하고 있다. 장국영은 지난 2003년 향년 47세로 세상을 달리한 홍콩의 톱스타다. 올해로 추모 15주기로, 장국영을 영화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법으로 관람을 추천할 만한 출연작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홍콩 청년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왕가위 감독의 초기작인 영화 <아비정전>은 청춘의 방황과 고뇌를 '마리아 엘레나'라는 맘보 리듬에 맞춰 런닝 차림으로 댄스를 추는 장국영과 그가 수 차례 되뇌이는 '발없는 새'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선택한 그의 고뇌를 드러내는 외로움을 들여다보는 듯해 깊은 여운을 전한다.

SF판타지와 멜로를 결합한 상상력과 특수효과 촬영 기법이 조화를 이뤄 필자를 홍콩 SF무협 영화의 덕후로 만들었던 1987년작 <천녀유혼>은 유머와 해학을 가미한 SF판타지 로맨스의 고전으로 추천할 만하다.

아름다운 외모와 마음씨를 지닌 요괴와 사랑에 빠진 순수한 꽃도령 장국영은 무술이나 마법 없이 목욕탕 키스신을 통해 목숨을 위협하는 요괴들로부터 벗어나는 상황을 연출하며 유머와 해학을 선사했다.

<천녀유혼>에서 스타성을 확인한 장국영은 사랑을 '술'과 '검'에 비유하면서 기억과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랑의 속성을 성찰한 무협 멜로영화 <동사서독>에서 형수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기억을 사막에 묻은 채 주막을 운영하면서 '인간의 번뇌가 기억력 때문'이라는 명대사를 읊조리며 다양한 사연으로 주막을 찾는 이들의 욕망을 성찰하고 그들의 아픔을 위무하는 듯 보였다.

이어 장국영이 임청하와 함께 출연한 영화 <백발마녀전>은 연인간의 믿음과 애증을 홍콩 SF무협 장르로 그려낸 판타지 멜로 영화로 볼 수 있다. 호쾌하고 스펙터클한 액션 외에도 극중 탁일항 역의 장국영과 랑하 역의 임청하 간의 애달픈 사랑을 이야기하는 멜로적 정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연애나 대인 관계에 있어 믿었던 이에 대한 배신감, 좋은 감정이 오래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그 토록 사랑스럽던 그녀를 백발의 마녀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지.

남장 여자 역을 맡은 배우 원영의와 브로맨스 코드는 물론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로맨틱코미디 <금지옥엽>은 가수로도 활동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로서의 장국영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진가신 감독이 연출한 영화 <금지옥엽>의 메인 테마곡 '추'와 영화 도입부에서 다투는 이들을 화해시키는 노래 '금생금세'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처럼 피아노 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을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

영화 <아비정전>의 시대적 배경과 유사하지만 퀴어 영화로 풀어낸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는 홍콩반환 시기에 실존을 찾아 헤매는 청춘들이 타향에서 부르는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극중 연인이 떠나버린 걸 알고서 그의 체취가 남은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토해내는 장국영의 명연기가 이뤄내는 명장면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장국영 추모 주기에 즈음해 케이블방송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는 오우삼 감독의 영화 <종횡사해>는 주윤발의 비엔나왈츠 선율의 휠체어 댄스씬이 인상적인 웰메이드 케이퍼무비다.

장국영은 주윤발 특유의 능글거림을 따라하는 콤비 플레이와 이성보다 행동이 앞서고 다이내믹한 열혈 청춘으로 변신해 케이퍼무비에서도 명품배우로서의 전기를 마련했다.

홍콩반환 시기에 마초 사내들 간의 의리를 주제로 풍미했던 홍콩 느와르 영화 <영웅본색2>에서 형제의 복수를 위해 의기투합한 신참 경찰 역으로 변신한 장국영은 홍콩 영화사에 길이 남을 공중전화 부스씬을 남겼다.

폭력과 살인 그리고 배신이 난무하는 어둠의 세계를 목격하는 그의 성장담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느와르의 모습처럼 다가왔다.

감미로운 노래가 어우러진 홍콩판 '오페라의 유령' <야반가성>에서 장국영은 검은 두건을 쓴 채 노래한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그의 생애를 연상시키는 영화 속 이야기는 실제 장국영이 죽음 직전에 가졌을 다소 우울하면서도 고독한 심연을 느끼는 듯하고 그의 유작인 <이도공간>의 음습함을 미리 암시라도 했을까. 사랑의 세레나데에 담긴 노랫말은 14 주기를 맞아 영화팬들의 가슴에 전해져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그려낸 <패왕별희>에서 여장을 한 장국영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가수로도 활동했던 만능엔터테이너 답게 노래와 몸 동작을 소재로 하는 경극에서 그는 노래와 연기를 소화해내는 메소드 연기는 물론 아름다운 미인에게 어울리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불리울 만했다.

상실감과 고통을 겪는 여성의 내면을 표현해내는 장국영의 표정 연기와 아우라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풍경이었다. 영원히 팬들에게 기억될 만한 명품 캐릭터를 남긴 장국영은 사후에도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권 톱스타로서 기억되고 있다.

*이 글은 정선기 감성전략소셜미디어 연구소 소장과 시장경제신문의 협의에 따라 블로그 'Morningman 시크푸치'에서 퍼 왔습니다. 

<글쓴이 정선기>

영화/심리학/건강/강연/미디어 등 다섯 가지 분야를 주제로 한 정보성 컨텐츠를 큐레이팅해 온 칼럼니스트이다. 특히, 영화인문학을 기초로 힐링 큐레이터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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