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삼킨 '드루킹 블랙홀'... 뒤에서 웃는 조현민?
상태바
대한항공 삼킨 '드루킹 블랙홀'... 뒤에서 웃는 조현민?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4.23 0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문 1면에 드루킹 도배... 재벌갑질 해결위해 감시 필요
(왼쪽)민주당원 댓글 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씨의 트위터 계정과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관련 방송캡처 사진 트위터 및 방송 캡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이 드루킹 여론조작 논란 이후 이슈에서 멀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벌 갑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각 언론사들을 보면 1면에 ‘조현민’ 대신 ‘드루킹’이 등장하고 있다. '드루킹' 김 모씨(48)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면서 김 의원 보좌관과 금전거래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돼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조작 혐의 논란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김씨가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김 의원 보좌관 A씨와 500만원 금전거래를 언급하며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 씨가 이끄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 김 의원 보좌관에게 돈을 빌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당이 오사카총영사 등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과정에서 과거 김 의원 보좌관과 김씨 측이 금전 거래한 사실을 꺼내며 협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확한 거래 시점과 이유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거래 사실관계와 성격 등을 수사 중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의 댓글 여론조작에 김 의원의 연루 의혹이 짙어지면서 조만간 경찰은 김 의원과 보좌관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전날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기사 주소(URL)를 보낸 게 확인된 만큼 두 사람 관계를 포함해 연관성을 조사할 필요가 높아졌다"며 "조만간 김 의원의 소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의원 보좌관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 관세청은 21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게 제기된 관세 포탈 및 밀반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 등 한진 총수 일가를 향한 관세 포탈 논란은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비롯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블라인드 폭로 이후 한진 총수 일가의 밀반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의 증언이 쏟아졌다. 한진 총수 일가가 관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밀반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물품은 명품 드레스, 소시지, 아동복, 가구 등 다양하다. 관세청은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한 조사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관세청 특별사법경찰은 한진 총수 일가의 5년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대한항공의 10년치 수입 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 회장 가족이 해외에서 구매한 뒤 세관 당국에 신고하지 않거나, 대한항공 물품으로 위장한 뒤 밀반입한 개인용품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제기된 한진 총수 일가의 밀반입 수법만 해도 여러 가지다. 우선 공항에 상주하는 대한항공 직원이 밀반입 경로로 활용됐다. 대한항공 해외지점에서 총수 일가가 의뢰한 물품을 구매해 귀국편 항공기 1등석에 태워 보낸 뒤 공항 상주 직원이 운반하는 식이다. 세관 검사를 피할 수 있는 공항 상주 직원 통로가 밀반입 루트로 지목됐다. 인천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이 통로는 세관 요원이 배치돼있지 않다.

총수 일가 물품을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밀반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가구처럼 부피가 큰 물품을 들여올 때 이용됐다. 항공기 부품은 무관세 대상이다. 대한항공 해외지점이 본사에 보내는 서류·물품에 총수 일가 용품을 섞어 보내는 방식도 밀반입 수법으로 제기됐다.

한편, ‘조현민’의 물컵은 초대형 쓰나미로 변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 직원 등에 따르면 카카오톡에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이 개설됐다. 사나흘 만에 참여자가 600명을 넘긴 이 채팅방은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과 불법·비리 의혹 사례 등을 제보받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총수 일가와 관련한 ▲폭언 녹취 파일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우선적으로 제보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나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통해 모아 언론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