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과 왕실의학] <20> 세종의 소갈증 식치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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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과 왕실의학] <20> 세종의 소갈증 식치요법
  • 최주리 한의사
  • 승인 2018.04.0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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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이다. 세종시대의 왕실 의학을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최주리 이사장이 살갑게 풀어쓴다. <편집자 주>
= 픽사베이. 세종은 양고기 등의 식치(食治)로 소갈증을 호전시켰다.

"소갈증(消渴症)이 생긴 지 열 서너 해가 되었는데, 이제는 조금 나았다."<세종 21년 6월 21일>

40대에 접어든 세종대왕의 건강은 다소 회복되는 듯했다. 10년 이상 고생한 다리 통증이 완화되고, 마음대로 눕지 못할 정도로 심한 등의 부종(浮腫)도 온천 목욕 후 약간 좋아졌다. 십 수 년 달고 산 소갈증도 개선되었다. 그러나 안질환이 몹시 심했다. 왼쪽 눈에 이어 오른쪽 눈도 흐릿해 한 걸음 사이의 사람도 구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국가행사인 강무(講武)를 세자에게 주관토록 한다. 세종 21년 6월 21일 실록에는 임금이 왕세자에게 강무를 맡기려는 배경이 설명돼 있다. 이 글에서 임금의 지병인 소갈증이 조금 호전된 게 확인된다.

소갈증은 당뇨다. 갈증이 심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고, 입과 혀가 건조하고, 얼굴이 붉고, 허기지고, 체중이 주는 증세다. 특히 비만인에게 잘 발생하는 데 과잉영양, 과도한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으로 내분비호르몬인 인슐린과 당대사(糖代謝)와의 상관관계에서 초래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소갈증의 원인을 살찐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다량 섭취하는 것으로 보았다. 비만인이 열량 높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주리(腠理)가 막힌다. 양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살이 더 찌고, 위장에 열이 생긴다. 속의 열은 양기를 타오르게 하면, 갈증이 난다. 속에 양기가 남아 있으면 비기(脾氣)가 위로 넘쳐 소갈이 생기는 원리다.

소갈증이 있는데 영양이 과잉되면 뇌저(腦疽)나 등창이, 영양이 부족하면 배가 부르는 창만(脹滿)이 생긴다. 창만은 찬 약재 사용으로 위의 기능이 떨어진 것도 요인이다.

합병증으로 진물이 나면서도 잘 터지지 않는 옹저(癰疽)가 잘 생긴다. 옹저는 종기인데 얕으면서 큰 것은 옹(癰)이고, 창면이 깊으면서 모진 것은 저(疽)다. 옹저는 화(火)의 사기(火邪])가 몸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 다른 합병증에는 망막증으로 인한 시력 약화와 시력상실이 있다. 세종이 부종과 안질환에 시달린 것은 소갈증의 악화로 볼 수도 있다.

소갈증은 술과 과도한 부부생활, 짠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한의학적 처방은 자음영양탕, 위생천화원 등이 있다. 천화분(天花粉)·, 복령(茯苓), 지모(知母), 작약(芍藥), 맥문동(麥門冬)도 치료에 많이 활용되는 약재다.

그런데 소갈증 예방과 호전을 위해서는 섭생에 신경 써야 한다. 섬유소를 풍부하게 섭취하고, 기름기 적은 저지방 식사, 적은 염분 식사, 단순 당 섭취 금지 등이 바람직하다. 육식을 꼭 삼가고 채식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세종은 양고기 등의 식치(食治)로 소갈증을 호전시켰다. 세종은 소갈증이 생긴 지 수 년 후에 닭, 꿩, 양고기 등의 음식으로 소갈증 치료를 했다. 어의들의 “병은 먼저 식물(食物)로 다스려야 한다. 흰 수탉(白雄鷄), 누른 암꿩(黃雌雉), 양고기(羊肉)는 모두 갈증(渴症)을 멈추게 한다”고 아뢴다. 이에 신하들은 임금에게 닭과 꿩은 매일, 양은 5, 6일에 한 번씩 섭생할 것을 요청한다. 왕은 백성의 노고를 이유로 거절하다가 약용을 전제로 수락한다. 

식료찬요에는 소갈증 치료 방법으로 흰 수탉 1마리를 양념과 함께 삶아 국이나 죽으로 복용하도록 했다. 동의보감에도 흰 수탉고기가 갈증을 멈추게 하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독을 제거하는 효능을 기록했다. 이로 보아 세종은 흰 수탉, 누런 암꿩, 양고기를 국이나 죽으로 복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신하들은 세종 13년 3월 26일에 소갈증의 식치를 건의하고 허락받았다. 세종은 21년 6월에 소갈증이 조금 나았다고 했다. 이로 볼 때 세종은 10년 가깝게 소갈증 식치를 실천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글쓴이 최주리>
왕실의 전통의학과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한의사로 대한황실문화원 전문위원이다. 창덕궁한의원 원장으로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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