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N] 남양유업 '갑질' 뇌리에 콱... 악평에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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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N] 남양유업 '갑질' 뇌리에 콱... 악평에도 속수무책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4.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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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다섯째주, 빅데이터로 살펴본 '남양유업'
홍보팀 대거물갈이로 허위 사실도 대응 못해
‘남양=갑질’ 이미지에 여험, 악덕기업 등 자석처럼 붙는 중
홍보‧마케팅 전략 '무기력'... 새 판 짜야 할 듯

지난 2월 갑질 연관어에 뜬금없이 한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은 2월에 갑질과 관련해 큰 논란을 겪지 않았다. 최근 1년 동안에도 몇 몇 사건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과거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만큼이나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의 ‘갑질’ 버즈량(온라인, SNS상의 콘텐츠)은 2월에 폭증했다. 도대체 무엇이 온라인상에서 남양유업을 ‘갑질’ 기업으로 부추긴 것일까. 최근 1년간 남양유업의 갑질 이미지를 만든 콘텐츠를 빅데이터로 추적해 봤다. 그 결과 놀라운 일들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2013년 5월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논란에 백기를 들고 대국민 사과문을 했다. 이 사과 이후 남양은 500억원 상당의 복지 펀드를 만드는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당시 갑질 논란의 파급이 너무 컸던 것인지 5년이 지난 지금도 '갑질', '불매' 이미지가 꼬리표 처럼 따라다닌다. '여혐', '전범기업' 등의 이미지까지 덤으로 따라다니는 상황. 이를 해결해야 할 홍보팀은 계속 퇴사했고, 조직은 무너져 온라인상 남양유업은 2013년 못지 않은 위기를 겪고 있다.

◇ 2013년 갑질 이미지 아직도 남양 이미지 깎아 먹어

<시장경제>가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2017년 3월 19일부터 2018년 3월 18일까지 1년 간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뉴스에 올라온 '남양유업' 버즈량을 합산 결과 총 19만5712건으로 나타났다. 이중 트위터는 18만6673건, 블로그 2405건, 커뮤니티 581건, 인스타그램 3862건, 뉴스 2191건이다. 단일 기업의 버즈량 20만여건은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한다. 사회적 이슈 만큼의 버즈량이다. ‘경제민주화’ 4만2천여건, ‘미투’ 66만여건, ‘비트코인’ 68만여건, ‘넷마블’ 19만여건, ‘힐스테이트’ 5만여건을 기록했다.

그래픽 디자인=조현준

남양유업의 버즈량 중 주목되는 부분은 버즈가 극단기적으로 폭등, 폭락의 추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트위터에서 짧고 강한 이슈가 단기적으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짧게 치고 오른 버즈를 하나씩 살펴봤다. 대부분이 남양유업을 비난하는 콘텐츠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 파급력이 가장 컸던 3가지 콘텐츠만 살펴보자.

먼저 2017년 8월 24일 한 누리꾼이 트위터에 ‘남양유업이 초코에몽 우유 함량을 70에서 68, 41로 줄였다’는 글과 증거사진을 올렸고, 1만4410명이 리트윗했다. 남양이 원가 마진을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남양은 “우유의 함량을 감소시킨 적은 없다. 우유의 함량이 낮아진 것이 아니라 원유수급사정에 따라 전지분유와 탈지분유를 병행 사용 했으며, 원유로 환산 시 원유함량은 기존과 동일하다. 전지분유는 원유에서 수분만 빠진 분유로, 원유와 마찬가지로 유성분과 영양성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3월 20일에는 ‘여혐 기업’이라는 버즈가 1만1501건까지 올랐다. 한 트위터가 ‘와 ㅋㅋ 남양유업 진짜 여성혐오의 끝판왕이구나ㅋㅋ’이라는 글과 함께 한 트위터 주소를 링크(https://twitter.com/toma_fur_1/status/843644400131493888/photo/1)했다. 하지만 이 트위터는 현재 삭제 된 상태다. 이 글에는 또 다른 누리꾼이 “남양유업은 분유 만드는 회사면서, 여직원 임신하면 퇴사시켰어”라는 리트윗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2013년에 일부 사례 있었으나, 현재는 없다. 지금은 오히려 여성 직원 고용율도 식품업계 상위에 속하며 출산휴가 장려 등 여성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2018년 1월 24일에는 남양기업이 일본의 전범기업의 제품을 고의적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글이 트위터상에서 발생해 1만759건이나 리트윗됐다. 남양은 “전범기업 제품은 사실이 아니다”며 “카라멜 우유 한 품목에 한해 OEM 생산했으며(다른 품목은 타업체에서 생산) 해당내용 인지 후 OEM 생산 중단을 결정, 양사 협의하에 최종 판매 중단한 건이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13년 남양 갑질 사례 재조명’, ‘하나로마트 OEM 꼼수 판매’, ‘파리바게뜨 곰팡이 우유 판매’ 등 남양을 비난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존재했고, 남양은 하나 하나 사실관계 틀리다고 반박했다.

정학용 빅데이터 연구원은 “버즈들을 보면 사실이냐, 허위이냐의 진위여부를 떠나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양유업에 대한 이미지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13년도 대리점 갑질 논란이 각종 버즈와 연결돼 있다. 이는 홍보 마케팅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디자인=조현준

◇ 갑질 이미지로 남양유업 홍보‧마케팅 먹통

남양유업은 지난 2월 커피 선물세트 22종을 출시했다. 최근 시행한 마케팅 활동 중 가장 크다. 건강한 기업이라면 대대적으로 밀고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연관어에 등장한다. 하지만 남양의 연관어에는 그 어디에도 마케팅‧홍보 활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남양의 연관어는 1위 ‘남양’, 2위 ‘우유’, 3위 ‘기업’, 4위 ‘제품’, 5위 ‘초코에몽’, 6위 ‘여성’, 7위 ‘브랜드’, 8위 ‘개’, 9위 ‘직원’, 10위 ‘회사’로 랭크됐다. 

그래픽 디자인=조현준

1, 2위인 ‘남양’, ‘우유’는 단순히 회사 이름이지만 ‘초코에몽 우유 함량 감소 꼼수’ 콘텐츠 때문에 발생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연관어다. 이 밖에도 12위에 ‘자회사’는 ‘남양유업의 자회사로 엮지마라’, 13위 ‘GS25’는 전범기업 제품 판매 업체, 15위 ‘불매운동’이 랭크됐고, 50위권까지 대부분의 연관어가 부정적 이미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 사안은 홍보‧마케팅팀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갑질, 불매운동’ 부정 가득한 감성어, ‘싸다’가 유일한 남양의 자랑?

연관어에서 볼 수 있듯이 남양유업의 평판은 시장에서 마케팅과 홍보가 먹히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악화돼 있다. 감성키워드 부문에서도 이같은 공식은 똑같았다. 어떻게 악화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남양의 부정 감성어는 '불매', '갑질', '여성혐오', '개수작' 등이다. SNS, 온라인을 ‘거리’나 '도로'라고 가정할 경우 ‘불매운동’, ‘갑질’, ‘여혐’이라는 현수막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과 같다.

그래픽 디자인=조현준

더 큰 문제는 남양의 장점과 긍정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가격 싸다’가 유일한 긍정 감성어다. ‘성공적’, ‘맛있다’ 등도 긍정어로 있지만 버즈량이 매우 적다.

과거 파리바게트의 제빵사 채용 논란 당시 파리바게트 평판은 '나쁘다'라는 부정어가 많았지만 ‘맛있다’라는 긍정어도 대등하게 많았다. 나쁜 기업인 것은 알겠지만 빵은 맛있어 사먹겠다는 심리로 분석된다. 하지만 남양의 감성어에는 오로지 부정만 있다. 남양의 홍보‧마케팅 전략의 전면 재수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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