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보다 연봉높은 신입... "황당한 취업대책, 이게 회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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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보다 연봉높은 신입... "황당한 취업대책, 이게 회사냐?"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3.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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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일자리대책 논란] 중기취직시 연 1천만원 지원..."역차별"
"선임들, 연봉 600만원 낮은데 일까지 더하는 구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월 15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해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브리핑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김영주 고용부 장관, 유영민 과기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 정인백 여가부 장관, 홍종학 중기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신입 사원에게 매년 10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지원키로 하면서 선임 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역차별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법인 바꿔치기, 연봉협상 없애기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새로 취직할 청년(15~34세)이 받을 소득 혜택은 1년에 1035만원 수준이다. 교통비 120만원, 소득세 면제 45만원, 주거비 지원 70만원, 청년내일채움공제 800만원 등을 합하면 1035만원이 된다. 신입 연봉 2500만원을 합산하면 3500만원을 넘는다.

반대로 이미 취직한 선임의 경우 신입 보다 소득세 부문에서 30%의 혜택(35만원)을 덜 받고, 주거비용 지원은 없다. 저축상품 지원은 240만원 뿐이다. 이를 합하면 연간 총 지원규모는 395만원이며, 약 600여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1년에 120~240만원 정도 연봉을 올려주는 중소기업의 근로 형태를 감안할 때 600여만원이면 신입이 3~5년차 선임 보다 많이 받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현재 경기지역산업단지 50인 미만 중소기업 8년차 과장의 연봉은 평균 3500만원 수준이다.

35세 정도의 선임 직원들은 ‘이게 회사냐’며 반발하고 있고, 중소기업 사장들은 급여 체계 때문에 조직이 와해될까 우려하고 있다.

화성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작하고 있는 A기업 사장은 “신입이 선임 보다 급여가 많아지게 되면 선임은 돈도 적게 받고, 업무도 많아진다. 누가 하려고 하겠느냐. 신입을 키워줄 선임이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직이 와해된다”고 설명했다.

황학동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4년차 직원 김 모 씨는 “28세 취준생들에게 돈 준다는 정책은 좋은데, 따지고 보면 우리 세금으로 신입들의 월급을 더 주는 거 아니냐. 기자님 같으면 신입기자 후배들보다 월급 적게 받으면서 일은 더 하고 싶은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34세 이전 이직, 법인 쪼개기, 연봉협상 無 등 온갖 편법이 난무할 것으로 보고 있다. ‘34세 이전 이직’은 경력직이 신입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법인 쪼개기’는 A기업이 B기업을 만들고, 34세 미만 직원들을 전부 B기업으로 위장 전입 시키는 방법이다. ‘연봉 쪼개기’는 3년 동안 1000여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연봉을 올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한시적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려는 대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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