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사랑詩,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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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사랑詩,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이기륭 기자
  • 승인 2016.11.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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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필석·오종혁·이상이 출연…내년 1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시간이 쌓이면 어떤 이야기는 잊혀지고, 어떤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회자된다. 시인 백석과 기생 김영한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는 후자에 속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던보이이자 가장 주목 받던 시인 백석과 그를 못 잊어 평생 그리워했던 기생 김영한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새롭게 태어났다. 

백석의 동명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1995년 자야 김영한 여사가 죽기 직전, 백석을 만나 안타깝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전개해 나간다. 작품 속 가사와 음악의 대부분은 백석의 시를 차용했다. 

당시 모든 시인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백석' 역에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가 열연하며, 22살의 나이에 백석을 만나 사랑을 나누다가 안타깝게 헤어진 '자야' 역은 정인지, 최주리가 맡았다. 또,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기억하고 연결해주는 '사내' 역에는 안재영과 유승현이 번갈아 출연한다.

지난 10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오세혁 연출은 "나타샤가 누구인지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으나 김영한 여사는 자신이라고 확신한다. '왜 당나귀인가'는 안도현 시인의 해석을 보면 말보다는 연약하고 빠르지 않지만 가장 끈기가 있고 천천히 오래 멀리 간다더라. 또, 백석이 생전에 당나귀를 무척 사랑한 동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석의 시를 좋아해서 학창시절부터 가방에 넣고 다녔다. 백석의 시집은 평소 그가 떠올리고 느낀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 담겨 있는 것"이라며 "갈수록 아름다움의 가치가 퇴색되고 감춰지고 있는 요즘, 백석의 시를 읽으며 다시 아름다워지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장안의 유명한 모던보이였던 백석은 절제된 감성으로 토속적 시어를 활용한 한국의 대표적 모더니즘계 시인이다. 특히, 시인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을 구하려 애썼고, 시집 '사슴'을 빌리자마자 베껴 써서 항상 곁에 두고 주변에 그의 시를 권했다.

백석은 해방 이후 월북해 1996년 여든 다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농장의 일꾼으로 생활했다. 1987년 재북 작가에 대한 금지령이 풀리기 전까지 남한에서도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은 법적으로 금기시되었다.

백석은 김영한에게 이태백의 시 '자야오가'를 보여주며 "나는 이제부터 당신을 자야라고 부를거야"라고 말하는데, '자야'는 지아비를 평생 그리워하는 여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극중 자야는 "내 평생 이리 될 줄 알고 그 이름을 지어주신 거에요?"라며 애처롭게 묻는다.

혼자 남겨진 자야는 대한민국 3대 고급요정 중 하나인 대원각을 세웠고, 당시 1000억 원 상당의 대원각을 조건 없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했다. 그곳이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사찰 길상사다. 아깝지 않냐란 기자의 질문에 자야는 이렇게 대답했다.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창작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2017년 1월 22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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