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취업시 1천만원 지원' 정책에... 청년들 “좋지만 中企가긴 싫다’
상태바
'中企취업시 1천만원 지원' 정책에... 청년들 “좋지만 中企가긴 싫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3.22 0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 지원 받고, 대기업 이직”... 사장들 “조직 와해될까 걱정”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월급이라도 주는 게 어디냐’, ‘너 아니어도 일 할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 인건비나 돈으로 장난질을 해요.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거나 지원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나몰라라하는 경우도 대부분이에요. 야근이랑 주말 근무도 당연시하는데, 이런 것들이 불법인지 자각하지 못해요. 그냥 하루 빨리 중견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나 정 안되면 스타트업으로 가서 일하고 싶어요. 3‧15 정책은 좋긴 한데, 이번 정책 지원 이후 ‘나라에서 지원을 받으니 연봉협상은 없다. 월급을 줄이겠다’고 말할게 분명해요. 환기 차원에서 좋은거지 중소기업은 가고 싶지 않아요.”(정승용‧31‧회사원)

중소기업 취업자 1인에게 최초 3년 동안 매년 10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3·15 청년 일자리대책’이 발표된 이후 ‘정책은 좋지만 中企는 싫다’는 청년들의 반응이 나와 주목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3·15 청년 일자리대책 발표’ 직후 ‘정부 일자리 정책’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사진=인쿠르트

먼저 구직자들에게 ‘취업 시 지원회사를 선택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었다. 구직자들의 상당 수는 취업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 보수(38.7%)를 꼽았고, 이어 성장가능성(30.6%), 적성·전공(13.5%), 사회적 평판(4.5%) 등의 답변이 나왔다.

급여수준을 중시하는 만큼이나 구직자의 다수는 정부의 발표에 반색을 표했다. 응답자의 74.2%가 ‘정부의 이번 발표가 중소기업 지원 의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것이다.

‘정부 지원 여부와 지원 의지에는 큰 관계가 없다’는 답변은 16.5%,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은 9.3%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감응하지 않은 이들의 68.3%는 “금전적 지원이 중소기업 취업 유도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만약 3년 간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조건에 중소기업에 입사 및 재직하다가, 이후 지원이 중단될 경우 계속 재직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응답자는 37.5%로 높게 나타났다(전혀 아니다 15.5% + 아니다 22.0%). 이는 ‘그래도 계속 재직하겠다’고 답한 구직자의 비율(27.6%) 대비 10% 가량 높은 수치다.

한 구직자는 “1600(만원)을 받기 위해 참았는데, 그 후 줄어든 급여와 나쁜 (근무)환경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다른 구직자는 ”지원되는 비용 때문에 다닐 것 같으면 지원이 끝난 후 그 커리어를 이용해 다른 회사에 취업하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하게 만들 근본적인 유인은 어디에 있을까.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에 있을지를 물었더니, 구직자들은 의외로 ‘임금이 적어서(26.1%)’라는 답변보다 ‘복지 등 (근무환경)이 열악해서(39.2%)’라는 답변을 더 많이 내놨다. 한 응답자는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대기업이 요구하는 사항을 맞추기 위해 매일 야근하고 주말 출근도 불사하는 데에서 오는 피로감”을 중소기업 지원 회피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정부는 ‘돈을 더 줄 테니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고 있지만, 구직자들은 벌써부터 이직 계획을 염두에 두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이번 대책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 구인난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 집중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