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주택 짓기③] 25평의 마술, 사다리꼴 2억대 집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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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주택 짓기③] 25평의 마술, 사다리꼴 2억대 집을 가다
  • 박영근 기자
  • 승인 2018.03.0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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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25.4평 대지 8,170만 원에 낙찰... 총 2억9천 들어
공사기간 6개월·공사비 1억9천만 원 투입
1층 상가·2~3층 주택…"수익형 주택 유리"
[협소주택 짓기]는 실제 2살 아들을 가진 결혼 3년차 기자가 본인과 주위 친구-전문가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2030 주택마련' 코너입니다. ‘내가 만약 주택을 짓는다면?'을 주제로 A~Z까지 발품 팔며 모은 정보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에 위치한 백상현 대표의 협소주택이다. 사다리꼴의 25.4평 지형에 3층까지 건물을 지었다. 1층은 8평짜리 상가를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남양주로 향하는 길. 창문을 내리니 향긋한 풀내음이 물씬 풍겼다. 하늘은 어찌나 화창했던지 협소주택을 구경하러 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오늘은 [협소주택 짓기] 마지막 ③편을 위해 실제 협소주택 현장을 방문하는 날이다.

사실 [협소주택 짓기②]편을 취재하면서 2~3억에 협소주택 짓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기사가 나간 후 ①편에서 만났던 보성 우드메탈의 CEO 백상현 대표에게 다시 연락을 해봤다.

“대표님, 2억~3억에 협소주택 짓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정말 방법이 없나요?” 그러자 백 대표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남양주에 제가 2억대에 시공을 맡았던 집이 있는데, 한번 구경하러 오실래요?” 이번 협소주택 방문기는 그렇게 성사됐다.

협소주택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384번지. 서울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백 대표가 이미 마중나와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처음 이 협소주택을 봤을땐 건물 벽면이 길게 자리 잡고 있어서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에 위치한 백상현 대표의 협소주택이다. 사다리꼴의 25.4평 지형에 3층까지 건물을 지었다. 1층은 8평짜리 상가를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면으로 이동해서 보고나니 그제야 ‘협소주택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협소주택의 크기는 25.4평이었다. 1층은 상가였고, 2층과 3층이 주택으로 구성됐다. 땅 형태는 사다리꼴 모양을 띄고 있었다. 철근콘크리트로 구조됐으며, 연면적 115.67㎡·건폐율 53.89%·용적률 142.80%였다.

백 대표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집 열쇠를 꺼냈다. 그는 “이제 막 공사가 끝나서 청소를 급하게 했다”며 머쓱해 했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아직 페인트칠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니 거실 입구가 보였다. 정면에는 3층으로 올라가는 조그마한 계단이 있었고, 우측으로는 거실과 화장실이 위치해 있었다. 거실을 보니 딱 눈에 띄는 것이 3가지 있었다. 하나는 콘센트, 또 하나는 창문, 마지막으로 계단 및 수납장이었다.

거실 벽에만 약 1m~2m 간격으로 콘센트 3개가 있었다. 백 대표는 “요즘은 콘센트가 많아야 입주자들이 좋아한다”면서 “거리 구애 없이 전기를 꽂고 싶은 위치에 꽂으면 된다”고 말했다. 길쭉하게 설치된 창문 역시 “협소주택은 샷시가 생명이다”라면서 “막힘없는 긴 창문으로 시각성을 부여했다. 소음이나 찬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LG나 KCC 제품만 쓴다”고 덧붙였다.

2층으로 올라가자 넓게 구성된 거실 창문과 깔끔한 부엌이 등장했다. 화장실은 1층과 2층 모두 있었다. 부엌 한 켠에는 세탁실도 위치해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에 나무로 된 수납장은 백 대표가 손수 짰다고 했다. 백 대표는 이 건물을 지으면서 ‘어떻게 해야 활용성을 높일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고 밝혔다. 백 대표의 고민이 협소주택 구석구석 묻어있던 것이었다.

시공사들이 협소주택 건설 시 최대 난코스라고 꼽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긴 복도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복도 왼편에는 방 1개, 복도 중심에는 세면대·화장실, 작은 방 1개가 위치해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이 집의 하이라이트인 안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백 대표는 “3층에서 생활하다가 화장실을 위해 2층으로 내려가기 귀찮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 세면대와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서 세면대를 따로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건축사가 설계할 때에는 방도 2개뿐이었다. 방이 2개일 때와 3개일 때에는 전세가가 천차만별이다. 수천만 원 차이가 난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방을 3개로 늘리게 됐다”고 팁을 전했다.

길쭉한 복도가 매력적이었다. 3층에는 방이 총 3개가 있었다. 원래는 2개로 설계됐으나, 백 대표의 아이디어로 세면대를 밖으로 빼고 화장실 규모를 줄여 작은 방 1개를 새로 만들었다. 안방의 넓직한 창문은 마치 화질 좋은 TV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안방에 들어서니 직사각형의 넓지막한 창문이 한눈에 쏙 들어왔다. 마치 벽에 걸려있는 화질 좋은 TV를 보는 착각마저 들었다. 옆에 서있던 백 대표는 “안방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일어나자마자 저 창문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면 어떤 느낌일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봤다. 백 대표에게 이 집 전세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약 2억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순간 유혹에 빠질 뻔했다.

안방에 나와 복도 왼쪽편에 있던 방에 들어서자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여니 생각보다 꽤 넓은 옥상이 등장했다. 딱 봐도 야외 파티하기에 안성맞춤 장소였다. 백 대표는 “안그래도 그럴 예정이었다”며 “이곳에 평상도 설치하고 조명도 예쁘게 꾸밀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소음 눈치 없이 고기 한 점에 시원한 맥주 한 잔! 루프트톱 바가 부럽지 않을 듯했다. 백 대표는 원래 이 장소는 계획엔 없었던 곳인데, 자신이 직접 구상해서 탄생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협소주택을 둘러본 뒤 인근 조용한 카페로 이동했다. 이것저것 궁금한점이 한 가득이었다. 먼저 이 집의 가격이 가장 궁금했다. 백 대표는 해당 대지를 경매로 8170만 원에 낙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사무소에 설계 명목으로 350~400만 원을 지불했고, 건축비에 인테리어비 4천만 원을 포함해 총 1억9천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세금도 약 2천만 원을 냈다고 했다. 모두 합쳐보니 남양주 협소주택 건설에 들어간 비용은 총 2억9570만 원이었다. 백 대표는 “1층에 상가만 만들지 않았어도 2~3천만 원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탁 트인 옥상이 보였다. 백 대표는 옥상에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서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말했다.

1층 상가는 약 8평으로 구성됐다. 백 대표는 해당 상가를 1천만 원에 월 60만원으로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세금을 빼면 총 2억8570만 원이 투자금으로 들어간 셈이었다. 백 대표는 “처음에 부동산에서 말하기를 ‘누가 그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상가를 내놓겠느냐’면서 모두가 고개를 가로지었다. 하지만 짓고 나서 보니 인근 부동산들도 깜짝 놀랐다. 이렇듯 협소 상가 주택은 가치를 알아본 사람만이 그 건물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②편에서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돈을 들인 만큼 좋은 집이 나온다”라며 3억~4억의 건축비를 제시했는데, 백 대표는 1억9천만 원으로 집을 지었다. 혹시 저렴한 자재를 사용해서 지은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자 백 대표는 “화장실은 수입타일 전문업체 ‘윤현상재’를 썼고, 욕실 또한 아메리칸 스탠다드로 썼다. 외벽은 자연 화강석이다. 저렴한 자재는 쓰지 않았다. 다만 가끔 이뤄지는 세일기간을 노려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으며, 직접 공장을 찾아가 발품을 뛰기도 했다. 내가 시공사이기 때문에 중간 마진이 안 들어간 것이 아마 가장 큰 저렴한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백 대표는 설계도면도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남양주 협소주택도 첫 설계 당시엔 방이 2개로 구성돼있었다. 하지만 백 대표의 아이디어로 방을 3개까지 늘리게 됐다.

백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는 협소주택 초보자라면, 인테리어 설계까지 받아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이밖에도 건축 박람회를 방문해 재료들의 시세를 살펴보면 계약 시 큰 도움이 된다. 또 공사 중간중간 자주 둘러보면서 ‘남는 자투리 공간에 뭘 더 집어넣을까’를 고민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카페에서 전한 팁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방은 2개보다 3개가 좋다. 설계시 설계사와 많은 대화를 나눠라 ▲가능하면 상가형 주택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장을 찾아보거나 세일 기간을 노려라 ▲인테리어 설계를 받아 보는것도 좋다 ▲건축 박람회를 통해 재료 시세를 확인하라 ▲공사 기간에도 자주 방문해 자투리 공간 활용법을 고민하라.

그동안 많은 도움을 준 백 대표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 뒤 차량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백 대표의 협소주택을 다시 바라봤다. 아이들과 함께 옥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그 날을 상상했다. 한 동안 건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도 5년 후 꼭 저런 집에서 살겠노라’ 다짐했다. 우리집이 아름다운 협소주택으로 바뀌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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