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생사기로] 한국과 달랐다… 드라마틱한 르노의 스페인 생존
상태바
[한국GM 생사기로] 한국과 달랐다… 드라마틱한 르노의 스페인 생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3.06 0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노, 선택과 희생후 생산성 1위 ‘부활’
실질 임금 상승, 기업 생산성과 연동시켜
고용 유연화로 투자자들 스페인으로 몰려
스페인 바야몰리드 공장에서 6백만번째로 생상된 캡처(QM3) 기념 공장 임직원 단체사진. 사진= 르노삼성 공식블로그 캡처

GM은 한국GM 군산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이달 발표했다.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높고, 자동차 생산 속도는 전 세계 꼴찌라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GM이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의 부활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GM 노조에게 전하는 조언과 최후통첩에 가깝다.

GM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인 지난 2009년 스페인 르노의 바야돌리드 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인건비가 비싼 스페인 대신 인건비가 저렴한 루마니아와 터키 등에 추가로 생산시설을 짓기로 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2년까지 연평균 29만 대를 생산하던 이 공장은 2008년 생산량이 3분의 1 이하로 추락했다. 일감이 줄자 사측은 1일 3교대로 근무하던 근로자들에게 1일 1교대를 제안한다. 2250명의 노동자는 거부했다. 노조는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일제히 파업했다. 사측은 2000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즉각 고용 및 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또 다시 파업으로 응수했다. GM 군사공장 노조가 내린 결정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노조는 자신들의 결정을 먼저 깼고, 정부도 나서 고용 유연화 대책에 나섰다. 고임금으로 이미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을 인정하고, 스스로 임금 동결과 초과근무수당을 양보했다. 또 주문이 밀리면 평일 급여를 받고 주말에도 일하고, 필요한 경우 40㎞ 떨어진 인근 공장에 전환 배치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여기에 2013년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50%까지만 임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노사가 합의했다.

또한 탄력근로시간 전체시간에서 연간 10% 내에서 사용자가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임금유연성 측면에서는 GDP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금 인상도 없도록 했고, 실질적인 임금 상승이 기업 생산성과 연동되도록 했다. 해고 보상금 역시 보상 최대한도가 42개월에서 24개월로 줄어들었다. 대신 연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하는 성과급을 늘렸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3년으로 늘리고, 회사 경영이 어려울 경우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부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도 삽입했다. 노조의 결정은 옳았다. 노사 관계가 안정되고 인건비 부담이 줄자 르노는 바야돌리드 공장에 투자를 했다. 특히 르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인 ‘QM3’와 2인승 전기차 ‘트위지’를 바야돌리드 공장에 배정하면서 숨통은 확 트였다.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까지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인해 많은 해외 투자자들이 스페인으로 오는 계기가 됐다. 르노는 스페인 공장 생산량을 20만대에서 2016년 28만대로 늘리고 1300명을 추가 고용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12년 10월 바르셀로나 공장에 8억 유로를 투자한 이후 2014년에는 7억8500만 유로를 추가 투자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2014년 스페인 공장에서의 최대 수출 모델인 폴로를 전년 대비 5.5% 증가한 30만대를 생산했다.

현재 놀기 좋아하기로 소문난 스페인의 자동차시장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큰 시장이다. 유럽에서는 세 번째다. 스페인에는 르노, 포드 등 9개 다국적 완성차 메이커, 17개 공장이 분포해 있다. 2012년 기준 연간 생산량 198만대로, 2011년 235만 대 대비 약 16% 감소했으나, 여전히 독일에 이어 유럽 2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그리고 전 세계 자동차 공장에 대한 생산성 지표인 '2016년 하버 리포트'에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전 세계 148개 공장 가운데 생산성 1위에 올랐다. 회사 위기 상황에서 노조가 한발 양보해 일자리를 지킨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공장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발간한 ‘국가별 자동차산업 국제경쟁력 비교’ 보고서에서도 스페인은 노동시장 경쟁력 8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5개국 중 2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스페인은 절대순위가 높진 않지만 가장 주목되는 국가로 꼽혔다. 비야돌리드 사건 이후 스페인의 자동차산업은 관광산업과 함께 스페인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축이 됐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를 넘으며, 전체 국민 중 8.7%를 고용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이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폐쇄 결정 이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 만든 결과물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