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생사기로] 회사 폐업위기에도 성과급 줘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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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생사기로] 회사 폐업위기에도 성과급 줘야할 판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3.0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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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적자, 노조는 ‘연봉 인상+보너스’... 생산성 급락
1대 생산 ‘스페인 64시간 VS 군산 59시간
노사정, 생산성 높이고 피해 최소화 대책을
지난해 여름 한국지엠 일자리지키기 청와대 앞 집회 현장. 사진=한국지엠 노조

예정대로라면 한국GM 군산공장은 오는 5월 문을 닫는다. 수 천 명의 일자리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사측은 군상 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져 철수를 결정했다. 노조는 사측의 경영 실패라고 주장한다. 양측은 주장은 ‘네 탓’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지난해 발표된 ‘2016년 하버 리포트’에 따르면 차 1대를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한국GM의 공장이 세계 148개 공장 가운데 최하위권이었다. 그 공장은 바로 GM대우 군산공장이다. 군산공장의 HPU(차 1대당 생산 시간)는 ‘59.31시간’으로 130위다. 미국GM의 포트웨인 공장은 ‘24.04’시간이다.

1위는 스페인의 ‘르노 바야돌리드 공장’으로 ‘16.24’시간이다. 톱 10 공장에는 인건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유럽 선진국들이 있다. 독일의 포드 쾰른과 프랑스의 르노 모뵈주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GM군산공장처럼 다 나쁜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26.8시간’, 르노 삼성 ‘20.86시간’이다. 이 밖에도 남미 브라질 GM 그라바타이 공장은 ‘21.14시간’, 캐나다 혼다 알리스톤 공장 ‘22.73시간’, 슬로바키아 기아 질리나 공장 ‘21.23시간’ 등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노조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들이 HPU를 떨어트린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대체 근로 금지’다. 특히 한국 노조의 파업은 매우 쉽게 진행할 수 있다. 미국는 노조원 찬성률 3분의 2 이상, 독일은 4분의 3 이상이다. 한국은 2분의 1만 넘으면 된다.

올해 국내 자동차 노조 파업 찬성률은 현대차가 65.9%, 기아차가 72.1%였다. 임금교섭 주기도 미국은 4년이지만 한국은 1년이다. 한국 전체 자동차 생산규모가 감소하는 이유도 앞선 설명과 무관치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감소율은 2016년 7.2%에 비해 2.7%로 낮아졌다.

강성‧귀족노조 때문에 철수한다는 주장은 또 있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 3534억원, 2015년 9868억원, 2016년 631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7년에도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사정과 달리 한국GM 노조는 2017년 7월 파업을 가결시켰다. 상식적으로 회사에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은 동결되거나 삭감한다.

성과급은 당연히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GM은 이처럼 달랐다. 한국GM의 2017년 임금은 GM이 대우차를 최초 인수할 당시인 2002년보다 250% 상승했다. 2010년 평균 6100만원이던 생산직 평균 연봉은 2013년 7300만원, 2016년 8700만원까지 뛰었다. 이 밖에도 한국GM 노조는 회사가 어려워도 챙길 것은 확실하게 챙겨갔다.

2015년 노조는 회사에 휴업수당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공장의 생산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자 기본급 인상과 함께 휴업수당을 올리는 데 사활을 걸었다. 사측이 양보해 한국GM 노조는 휴업수당을 80%까지 받게 됐다. 휴업수당 80%는 법으로 정한 지급률 70%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은 2년 전부터 한 달에 6~7일만 일하고 월급의 80%를 받아갔다.

@한국지엠 노조

여기에 한국GM의 임금체계는 호봉제(연공서열제)다. 업무 역량과 관계없이 매년 임금이 오른다. 여기에 임금교섭은 매년 진행해 기본급까지 올린다. 해고는 사실상 어렵고 연장·야간·휴일에는 수당 할증이 50%씩 붙는다. 반면 미국GM은 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성과 임금제, 임금교섭은 3년에 한 번씩 한다. 지나친 임금 인상 속도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연장근로 수당은 할증 50%를 하지만 노사가 경영 상황에 따라 수당을 조정할 수 있다.

전 세계 GM공장 중에 이 정도로 임금이 많이 오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인도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3배 정도 더 많이 들어간다. 한국의 경쟁력은 사라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이유는 인도나 남미 등 제3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하버리포트 ‘HPU’에는 통계의 함정이 있고, 철수 이유는 GM의 경영 실패라고 주장한다. 하버리포트(2016년 기준) ‘HPU’에 따르면 표면상 군산공장의 생산성은 매우 떨어져 보이지만 수요가 적고 생산량이 적으면 HPU는 올라가는 함정이 있다는 것이다.

르노의 바야돌리드 공장의 경우 생산차종이 ‘QM3’ 한 종뿐이지만 연 생산량이 28만대여서 HPU 1위 공장이 됐다. 또 미국 GM 디트로이트‧햄트랙 공장은 자동차 1대 생산 시간이 ‘63.7시간’이다. 군산공장보다 ‘4.39시간’ 더 길다. 생산량만 받쳐주면 한국GM 공장도 높은 생산성을 낸다는 것이다. 한국GM의 부평 1공장과 창원공장의 경우 차량 1대당 생산시간은 각각 ‘26.38시간’, ‘28.52시간’이다. 또, 한국GM의 경영 위기에도 불구하고 GM 본사가 한국GM으로부터 매년 연구개발비 6000억원씩 이익을 챙겨 적자를 유발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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