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소공인 간 협업 절실, 공동브랜드로 승부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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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소공인 간 협업 절실, 공동브랜드로 승부 걸어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2.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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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공인진흥협회' 곽의택 회장을 만나다

대한민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있다. 시퍼런 절단기에 손가락이 잘려나가면서도 보상은커녕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기술을 익혔고 기능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밥 먹듯이 따 왔던 사람들. 그러나 국가와 우리사회는 그들을 위해서 어떠한 보상도 해 주지 않았고 심지어는 ‘공돌이’, ‘기름밥’으로 표현하며 대우보다는 멸시를 보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눈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금속공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명예와 자부심을 키워주는 한국소공인진흥협회 곽의택 회장을 만났다.

△ 한국소공인진흥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 2012년 1월 창립해서 제조업 사각지대에 있는 소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소공인들의 집적지 조사를 하다 보니 소공인들간 경쟁심화와 불경기 등으로 뿌리산업이 사양화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소공인들의 의식변화를 일구고 집적지에 모여 있는 장인들에게 지역의 비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지난 5년여간 전국의 소공인 집적지를 다니며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소공인들에게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머신밸리’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줬다. 온라인 마케팅과 인문학 강좌 등 소공인들에게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진행했다. 출범 6년만에 전국 58곳의 지역에 지회를 구축했다. 경제 생태계의 정책을 현장의 목소리로 전달하고 정부부처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 ‘문래 머신밸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 소공인진흥협회로 시작해 1년여 기간 동안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문래동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던 중 2014년에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했던 대통령이 다녀가면서 현재 건물을 마련해 주셨다. 집적지 조사를 해 보니 상당히 중요한 뿌리산업 집적지 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의 집적지와 마찬가지로 문래동도 불경기와 경쟁심화 등으로 소멸되고 있었다. 종사하고 있는 소공인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했다. 그리고 실적이 이어지면서 전국에 32곳의 소공인 특화지원센터가 구축됐다.

△ 7~80년대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거치면서 소공인들은 ‘공돌이’, ‘기름밥’ 등 멸시적인 느낌의 명칭으로 불리웠지만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뿌리역할을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 우리나라가 기능강국이지만 기술자들에게는 푸대접뿐이다. 봉건시대부터 공인들은 관급발주만 받는 하청기술자에 불과했다.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것도 없었다. 여기에 상인들이 공인들의 생계를 쥐어잡고 모든 이익을 상인들이 취했다. 이렇게 공인들을 천시했던 역사적 환경이 공인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제품이 경시풍조로 인해 대우를 받지 못한다. 장인에 대한 대우가 소홀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세계적 명품’을 만드는 기술보다 더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우를 받지 못한다. 장인들이 보람과 자부심을 가질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먹고사는 생계유지도 어렵게 한 것이 대한민국이다. 장인들이 살맛나게 하려면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조·생산·마케팅·판매 등에 걸쳐 있는 프로세스를 보완관계로 맺은 협업을 통한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 소공인들이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뿌리임에도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하다. 소공인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는가?

- 소공인들이 일손을 놓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마비된다. 소공인에 대한 포상제도가 사기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수한 소공인들을 발굴해 시상을 계속해 줘야 한다.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소공인들 스스로 머리를 깎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 나서서 상록수와 같은 계몽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곳 문래머시닝밸리만 해도 원청업자의 요구만 만족시켜주는 작업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더우기 소공인들을 멸시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문래동에 입주해 있던 많은 소공인들이 희망을 잃고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에 싸여있었다. 지난 몇 년간 이들을 계몽하는 사업을 진행해 온 것이 이제 와서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 ‘상록수’라면 심훈의 상록수를 말하는가? 어떤 행태로 계몽사업을 하고 있는가?

- 공인들이 임가공만 하다 보니 주문을 받으면 단순하게 납품만 했던 구조였다. 그러나 공인들에게 자기가 생산한 제품이 어느 회사의 어떤 부품인지 알아보라고 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공인들이 품질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부품도 삼성핸드폰의 부품도 만든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자신이 생산한 제품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작업이었다. 인식의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결국 교육이었다.

△ 소공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때문에 청년들이 소공인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 청년들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는가?

- 소공인 분야의 창업은 기술을 밑바탕으로 하는 창업이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소공인 사업장에서 4~5년간 현장 일을 열심히 배우면 창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에 3D업종으로 취급하며 이 쪽으로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금속업종의 낮은 급여와 자부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고졸자들의 대입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 대학교 중 50여개는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속업종은 기술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다.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창업을 해도 실패율이 낮다.

△ 10여년 전만 해도 이곳에 오려면 택시기사에게 ‘문래동 철공소골목’을 가자고 했는데 ‘문래 머시닝 밸리’로 이름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유가 있는가?

- ‘문래동 철공소 골목’이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었다. 철공소가 아니라 기계를 만들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철공소’라는 명칭이 ‘머시닝 밸리’로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한민국 장인들의 기술력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해외시장으로 시각을 넓혀보면 실로 엄청나다. 이 곳에서 사용하던 기계마져도 중고기계로 신흥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길까지 있다.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노력이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40여만개의 소공인 사업장이 있다. 한 곳당 세 명씩만 계산해도 120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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