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법논란㊥] 목좋은 상권이 더 불안... 환산보증금 6.1억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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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법논란㊥] 목좋은 상권이 더 불안... 환산보증금 6.1억의 역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2.1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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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위 상권 환산보증금 평균 8억... 법 보호 못받아
상가임대차 갈등으로 강제집행 과정 중 손가락이 부분 절단 돼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궁중족발 사장. 사진=궁중족발

정부는 지난 1월 최저임금 인상의 보완대책으로 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기존 9%에서 5%로 낮췄다. 또한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지역별로 50% 인상해 임차인 대부분이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들의 모임)’의 전승열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상인들에게 구걸을 줬다"며 비난한다.

수치대로라면 전체 상인의 95%가 보호를 받을 수 있음에도 상인들은 왜 정부를 비난할까? 정부는 95%의 상인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상가임대차피해를 우려하고 있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상인들은 정부가 발표한 수치의 바깥에 있는 나머지 5%이다. 정부가 발표한 95%의 상인들은 상가임대차법이 없어도 갈등발생 요인이 거의 없는 상인들에 불과하다.

정부는 상가임대차법상 최대 4억원이던 환산보증금 조항을 개정해 최대 6억 1천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상가임대차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2015년 서울시에서 조사한 발표에 따르면 명동, 강남대로, 청담 등 유동인구가 풍부한 상위 5개 상권의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38만 원이다. 상위 5개 상권의 상인들은 1월 정부의 대책에서 제외되었다는 얘기이다.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면 왜 ‘한심한 사람’이 될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상가임대차 피해는 유동인구가 풍부해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번화가에 위치한 건물일수록 환산보증금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심상권에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는 상가임대차법의 구속을 받지 않고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을 두고 ‘알고 보면 부자를 위한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중심상권에서 내쫓김을 당한 상인들은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을 잃게 되고 국가경제도 내수경기 활성화를 담당하고 있는 한 개의 톱니바퀴를 잃게 된다.

상가임대차 피해의 대부분은 외식업종에서 나타난다. 얼마전 철거 강제집행 과정 중 세입자가 손가락 부분절단 사고가 난 서촌 ‘궁중족발’도 외식업종이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이태원 경리단길, 성수동 카페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등 모두 개성 있는 카페나 음식점이 많아 20, 30대에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상권의 성장을 주도한 것이 외식업종이라는 얘기이다.

‘맘상모’ 전위원장은 상가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상인들에게 건물주에게 봉사만 하라는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소유하고 있던 자본에 은행 대출 더해서 장사 시작해 5년간 은행 대출 다 갚고 먹고 살만 해 지면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외식업종을 시작해서 5년은 버텨야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80%의 식당들이 생긴지 5년 이내에 장사가 안 돼서 문을 닫는다는 얘기이다. 외식업종의 5년 이상 생존율은 20%에 불과하고 5년이 지난 식당이 문을 닫는 사례는 거의 없다. 

5년 동안 황무지를 갈고 닦아 기름진 옥토를 만들어 농사 좀 지을 만 해지면 땅을 빼앗는 것이 현행 상가임대차법이다. 서민이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을 지켜주지 못하고 다시 서민으로 몰락하게 만든다. 임차인들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에서 자영업자들이 중산층의 지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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