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법 논란㊤] 상가임대차 보호, 시혜 아닌 권리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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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법 논란㊤] 상가임대차 보호, 시혜 아닌 권리 보장이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2.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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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깊어지는 임대차 갈등... 상가임대차법,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들의 모임)회원 100여명이 지난해 2월 국회앞에서 상가임대차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09년 1월 19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4층짜리 남일당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이 화재로 모두 6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용산4구역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재개발조합측이 세입자들을 강제로 철거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참사이다. 재개발조합측은 세입자에게 법적으로 규정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었고 세입자들은 그들이 받아야 할 권리금에 비해 보상비가 턱없이 적다며 반발해 시위에 나선 것이 원인이었다. 이 후 법적으로 보장되지 못 했던 권리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의 개정을 통해 ‘권리금’이 법적인 생명력을 얻게 된다.

지난 해 가을에는 서촌 궁중족발의 주인 김우식 대표가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저항하다 강제집행과정에서 왼쪽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중상을 입으며 ‘상가입대차법’이 세상의 이목을 끌어 모았다. ‘궁중족발’의 건물주가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297만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0만원으로 4배나 올리려다 벌어진 참사였다. 이 외에도 가수 리쌍과 ‘우장창창’ 서윤수 대표의 갈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가임대차를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이 가끔 여론을 장식하곤 한다.

이렇게 상가임대차를 둘러싼 갈등은 ‘우월적 지위의 건물주와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라는 틀 안에 갇혀있다. 물론 여론을 이끌고 있는 언론에 의해 갇혀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대차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되면 해법 찾기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2002년 제정된 이래 10여 차례에 걸쳐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되었지만 갈등이 여전한 것은 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돼 있음을 말한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은 2001년 당시 소속 국회의원이 한명도 없던 민주노동당의 노력으로 제정되었다. 법 제정 당시에도 몇 가지 쟁점(환산보증금, 임차료 상한선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상가임대차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했던 상황이었기에 법무부의 의견을 중심으로 한 법안이 제정되었다.

대표적인 악법조항으로 꼽히는 ‘환산보증금’ 규정은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던 조항으로 법 제정 당시 상가임대차법의 존재이유를 대표하는 규정이 돼버렸다.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 유종일 박사는 "상가임대차 보호는 불쌍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시혜적인 정책이 되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장사를 잘해서 돈을 잘버는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에 월임차료×100을 더한 수치로써 상가임대차법의 적용대상을 규정하는 금액이다. 일정금액 이상(현재 최대 6억 1천만원)의 금액은 상가임대차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는 법조항으로 피해자들이 환산보증금 규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

환산보증금 규정을 두는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규정금액 이상의 비용을 치루는 세입자라면 서민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법률로 보호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나마 지금은 최대 6억1천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법 제정 당시만 해도 환산보증금 규모는 최대 2억원이었다.

상가임대차법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의 기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용산참사나 서촌 궁중족발을 비롯한 대부분 상가임대차 분쟁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건물주와 상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간의 갈등으로 표현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리 사회는 상가임대차법을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틀에 가둬 놓고 개정방향을 논의한다.

잘 못 짜여진 틀은 법안을 반대하는 측에 반론의 여지를 제공해 개정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질뿐더러 법안의 내용이 왜곡되기 마련이다.

국회 헌법개정특위의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유종일 박사는 상가 임대차 보호는 불쌍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시혜적인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장사를 잘 해서 돈을 잘 버는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교수는 자원은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곳으로 재분배해야 시장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공급 확대가 가능한 것에 보상을 많이 해 줘야 공급이 늘어나는 경제성장이 따라오지만 지대(地代)의 증가는 지가의 상승을 초래할 뿐 공급의 확대를 불러오지는 못한다. 토지소유가 극히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대의 증가가 불평등의 증가를 유발하기 마련이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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