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딘·마데카솔, 우리 아이에게 써도 될까?… '항생제 위험 논란'에 전문가 의견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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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딘·마데카솔, 우리 아이에게 써도 될까?… '항생제 위험 논란'에 전문가 의견 갈려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6.10.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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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연고, 상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사용 필요" VS "오염물질에 노출됐다면 사용하는 게 좋아"
▲ 동화약품 '후시딘' 과 동국제약 '마데카솔' 광고 ⓒ동화약품, 동국제약

"아이들에게 흔히 쓰이는 연고에 항생제가 들었을리 라고는 생각치 못했어요. 오랫동안 쓰였던 제품인지라 별 다른 걱정 없이 믿고 썼는데…"

아이를 둔 워킹맘 유 모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주 다치는 자녀에게 발라주는 후시딘, 마데카솔 등 상처 연고에 항생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후시딘, 마데카솔은 어린이와 단란한 가족이 나오는 광고 덕택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쓰이는 상처연고제로 알려져있다. "아이들 상처도 안심하세요", "새살이 솔솔~" 등의 광고 멘트로 수십년 간 연고형 상처치료제 시장을 리딩해 온 제품이다. 

연고형 상처치료제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250억 규모로 후시딘과 마데카솔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50~60%, 30~40% 정도다.  

그러나 일부 약사가 블로그 등을 통해 후시딘, 마데카솔 등 항생제 연고의 부작용에 대해 최근 문제를 제기했다. 항생제에 자주 노출되면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즉, 항생제 연고를 자주 바르다보면 향후 항균 작용이 필요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치료 효과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항생제는 피부 상처에 외부 세균으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후시딘과 마데카솔에는 각각 ‘퓨시드산’, ‘네오마이신’ 이라는 항생제 성분이 들어 있는데 두 성분 모두 세균 감염으로 인한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으로 알려졌다.  

연고형 상처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후시딘, 마데카솔이 항생제 내성균을 유발해 건강에 해롭다는 의견을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다. 

▲ 동화약품 '후시딘' 과 동국제약 '마데카솔' 광고 ⓒ동화약품, 동국제약

△후시딘‧마데카솔 오남용… 내성률 높아져 기대하는 치료효과 못볼 것 

한 약사는 개인 블로그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후시딘을 쓰면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후시딘 같은 항생제 연고가 수십 년간 사용되면서 내성률이 높아진 것은 이미 의약계에서 알려진 사실”이라며 “다른 획기적인 대체 약물도 없어 문제만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국의학저널(BMJ)에 따르면 영국에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퓨시드산(후시딘) 처방건수가 2배 증가하면서 항생제 내성률이 8%에서 17%로 급증했다”면서 “항생제 내성균을 줄이려면 퓨시드산 등 항생제 연고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현재는 해당 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글을 삭제한 상태로 익명을 요구했다. 

이같은 주장은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지난 2004년 미국미생물학회 학술지 'Antimicrobial Agents and Chemotherapy'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항생제 내성률이 높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페니실린계 항생제 내성을 지닌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적합한 항생제를 찾기 위해 지난 2004년 전국 8개 병원에서 682개의 포도상구균을 채취해 조사했다. 

연구 결과, 일상생활에서 감염될 위험이 높은 황색포도상구균(MSSA)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이 후시딘은 31.7%, 마데카솔은 9.1%로 집계됐다. 병원생활에서 감염될 확률이 높은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은 후시딘, 마데카솔이 각각 14.1%, 62.9%로 드러났다.  

높은 항생제 내성률은 기대하는 수준의 치료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항생제 내성을 우려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내성률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항생제 연고를 주의해서 써야 한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상처만 났고 아직 세균 감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 연고를 바를 필요가 없다”며 “오염물질로부터 크고 깊게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만 사용하는 게 권고된다”고 지적했다. 

△후시딘‧마데카솔, 세균 감염 막으려면 꼭 필요해… 적절하게 사용해야 

반면 항생제 연고 처방은 상처 치료 및 예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후시딘‧마데카솔의 항생제 내성률 논란은 단순한 ‘기우’라고 주장하는 의료진도 있어 양측 주장은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항생제 연고에 대한 내성균 부작용 때문에 사용을 무작정 막으면 안 된다는 게 의료진의 주장이다. 

박희민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피부는 본래 외부 세균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가 있으나 욕창‧화상 등 피부가 자체적으로 항균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항생제 연고를 처방한다”며 “벌어진 상처에 외부 세균이 유입되면 2차 감염 등 균혈증(혈액 속에 균이 침투해 전신을 순환하는 상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고 말했다. 

또한 항생제 연고의 내성균 발병률이 경구용 제제나 주사제제보다 낮아 일부 전문가가 지적할만큼 항생제 내성균이 생길 확률은 적을 것이라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박 교수는 “피부에 도포하는 항생제 연고는 보통 1주일씩 처방하므로 처방일수가 낮아 내성균 발병률이 높지 않다”며 “올바른 용도로 적절한 시기동안 사용한다면 항생제 연고는 비용대비 치료효과가 좋은 치료제”라고 말했다.   

한 의료진도 의약품정보제공서비스 ‘드럭인포’의 설명을 예로 들면서 항생제 연고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원의는 “항생제 부작용에 대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의약픔 설명에 ‘장기간 사용을 금한다’ 등의 금기항목을 추가 한다”며 “후시딘‧마데카솔 등은 오랫동안 쓰인 약물로 장기간 사용 시에 큰 문제가 없는 비교적 안전한 제제”라고 말했다. 

항생제 연고의 내성균 위험에 대해 동화약품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용법‧용량에 대해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후시딘의 안전성에 대해 최신 리뷰를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항생제 내성균 발병률에 대해 국내외로 꾸준히 정보를 취득해 안전성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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