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원조' 대구 시내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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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원조' 대구 시내 들썩
  • 김진황 기자
  • 승인 2016.06.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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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 '패션 대축제'

"어서 오이소! 서문시장 패션쇼의 문을 열겠심더!"
전통시장 한복판에 축제를 알리는 구수한 사투리가 울려 퍼졌다. '와~' 하는 함성소리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14일 저녁 무렵, 대구 서문시장 앞 큰장네거리 거리에 패션쇼가 열렸다. 축제에 참석키 위해 모인 인파로 도로는 마비 상태였다. 큰 무대 뒤편에 '2011 서문시장 패션대축제'라는 전광판이 뜨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이하는 서문시장 패션대축제는 중소기업청과 대구광역시가 후원하고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주최로 마련됐다.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사다.

대구에서는 패션대축제를 모르는 시민이 없을 정도다. 이날 패션쇼 현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우비를 쓴 사람과 비를 맞으면서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로 축제 열기는 뜨거웠다.

패션대축제를 처음 방문한 시민들은 "시장 한가운데서 왠 패션쇼"라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서문시장에서는 낮선 풍경이 아니다. 섬유의 도시로 불리는 대구에서 서문시장은 섬유와 패션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섬유관련 품목에 대한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이날 하이라이트 공연은 단연 한복패션쇼였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직접 패션쇼 모델로 나섰기 때문이다. 경화주단과 고려주단 등 총 14개 주단의 상인들은 직접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나왔다.

이들이 모델 못지않은 워킹을 선보이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계명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 10여명도 모델로 동참했다. 상인들과 학생들이 함께 패션쇼 무대를 채워나갔다.

달서구 송현동에서 온 최옥희(58)씨는 맨 앞줄을 맡기 위해 축제 시작 4시간 전 부터 이곳을 찾았다. 최 씨는 "서문시장 패션쇼는 진짜 재밌어. 이거 볼라고 일찍 나왔다"며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 5년째 축제를 구경하러 온다는 최 씨는 "시장서 이런 축제도 공짜로 보여주니 얼매나 좋아. 너무 좋아서 매년 꼭 와"라고 기뻐했다.

이날 한복패션쇼는 신부 옷과 혼주복, 동복, 퓨전한복이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이 중에서 한 상인이 종종걸음을 하는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아이의 앙증맞은 포즈에 축제 현장은 이내 웃음바다가 됐다.

색색의 신부한복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비를 입고 축제를 관람하던 이경애(51)씨는 근처 계명 의료원에 들렸다가 플랜카드를 보고 축제에 들렀다. 이 씨는 "우리 아들이 내년에 결혼을 하는데, 한복 할 때 이리로 와야겠어. 신부 한복이 너무 곱네"라며 눈을 때지 못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볼거리에 흥겨워했다.

상인들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패션쇼 현장 뒤편에는 음식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간이천막 안에 있는 수십 개의 점포들은 손님맞이가 한창이었다. '대구 막창'이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가게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옆에 있는 전집에는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만원이다. 전을 붙이고 있던 한 상인은 "매일 축제날만 같았으면 좋겠어"라며 웃어보였다. 이날만큼은 대구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와 가게 매출이 쑥쑥 오르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상인들은 "축제를 보러오는 손님들이 식사도 하고, 물건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제날만 손님들이 반짝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축제가 한번 끝나고 나면 시장 홍보가 많이 된다. 우리 시장은 주단부터 이불, 먹거리까지 다양하게 있으니 한번 찾으면 또 오게 되는 것 같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젊은이들도 많았다. 인근에 있는 경북대학교에서 온 김선영(21)씨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푸짐한 전 한 접시를 주문했다. 김 씨는 "전통시장에 처음 와봤다"면서 "이렇게 크고 볼게 많은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식이 학교 앞보다도 싸다"며 맛있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날 서문시장은 상인들과 시민들이 어우러진 '축제'의 현장이었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시장에 놀러왔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패션대축제가 지역의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여기에는 대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시장이라는 배경도 한몫했다. 시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중기 대구장에서 시작됐다. 이 후 대구의 경제활동이 대다수 이곳에서 이뤄졌다.

현재 시장은 약 4,000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으며 상인 수는 약 2만 여명이다. 주거래 물건은 주단과 포목 등 섬유관련 품목이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김영오 회장은 "대구의 대다수 전통시장들이 대형소매점과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며  행사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패션대축제는 전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시장으로 다시 한 번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계속해서 맛있는 먹거리와 볼거리, 살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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