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발(發) 채용비리 확산... 은행권 속내·표정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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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발(發) 채용비리 확산... 은행권 속내·표정 제각각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2.0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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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전전긍긍(戰戰兢兢), KEB하나 일전불사(一戰不辭)
KB국민 좌불안석(坐不安席), IBK기업·NH농협 유탄주의(榴彈主意)
신한은행 독야청청(獨也靑靑), SC제일·씨티 대안지화(對岸之火)
1일 오전 KB금융그룹 노조원들이 여의도 본사 1층 로비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윤종규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지난 26일 금융당국이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각 은행마다 제각각의 표정을 짓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선 채용비리 사건의 단초를 제공했던 우리은행은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전임 이광구행장은 채용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검찰조사까지 마친 이 전 행장은 개인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감안돼 구속되는 신세는 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보니 우리은행으로서는 채용비리의 여파가 어디까지 가게 될지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KEB하나은행은 금융당국과 일전도 불사(一戰不辭)하겠다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는 채용비리 검사결과 발표와 동시에 김회장과 금융당국의 2회전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채용비리 사건을 이용했다는 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22건의 채용비리 중 13건이 적발돼 가장 많은 채용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채용비리 조사결과를 토대로 KEB하나은행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하나금융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현회장의 후임으로 김정태 현 회장을 단수추천했다. 이변이 없는 한 김회장의 3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회추위의 일정을 연기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예정된 일정을 강행하며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금융당국은 관치금융 논란을 일으키며 하나금융의 회추위 일정을 제지하지 못하고 체면만 구긴 체 1회전을 마쳤다.

그러나 김회장은 채용비리,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하나금융 사외이사 및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의 부당거래 의혹 등 여전히 막아내야 할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여기에 노조와의 화해 등 내부 갈등 문제도 봉합해야 하는 숙제이지만 김회장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김회장의 결투 결과는 정권의 도덕성과도 직결될 수 있어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되기 충분하다.

한편 지난 해 국감에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사건을 폭로했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을 위증혐의로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중에 있다.

KB국민은행은 윤종규 회장 조카의 부적절한 채용으로 금융당국의 고발까지 이어지면서 좌불안석(坐不安席)이 됐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1일 채용비리와 관련된 직원은 정상적인 절차로 채용이 되었다며 향후 조사과정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과 갈등이 깊은 노조가 윤회장의 친인척 채용비리를 문제 삼으며 윤회장과 더불어 허인행장의 퇴진까지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금융노조는 1일에도 새벽부터 윤회장과 허행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1층 로비에 진을 치고 있다. KB금융의 윤회장은 하나금융의 김정태회장과 더불어 노조로부터 청산대상 적폐로 지적된 인물이다. 채용비리 사건 조사가 깊어지게 되면 윤종규 회장의 거취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편하게 앉아 있을 처지가 못 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김용환 회장이 지난해 금감원의 채용비리에 연루되며 한바탕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다행히 김회장이 무혐의로 풀리기는 했으나 금감원 노조와의 마찰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김용환 회장의 연임에 최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괜한 불똥이 다시 튀지 않을까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9일 기재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련 조사에서 IBK신용정보가 지적됨에 따라 유탄이 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사의 진행상황을 바라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BK신용정보에 지적된 사안은 채용비리까지는 아니고 채용업무에 미비한 부분이 있어 시정하라는 수준이다. 그러나 채용비리 사건의 여파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업은행도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은 채용비리 사건조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은 유일한 시중은행이 됐다. 또한 과거에 불거졌던 채용비리 의혹까지 털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독야청청(獨也靑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몇 년 전 한 기초자치단체장 아들을 부적절하게 채용했다는 의혹을 샀으나 이번 조사로 이에 대한 의혹을 전면 해소하게 됐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당하게 채용절차를 거쳐 입행한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안 좋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 외 SC제일과 씨티은행은 내부통제절차 구축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사건 조사를 받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채용비리는 남의 일이 됐고 두 은행들은 이번 사건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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