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분양,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공급과잉 부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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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분양,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공급과잉 부담 '여전'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6.10.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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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만5258가구 분양 전년 동월比 82%↑
대출보증심사 '깐깐' 예비청약자 자금마련 '빨간불'
▲세종시에 들어서는 '세종 4-1생활권 P2구역 리슈빌수자인' 견본주택.ⓒ계룡건설·한양

가을분양이 본격화됐다. 개천절 연휴를 맞아 전국 곳곳에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방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반면 이달 전국에서 최대물량이 쏟아지는 데다가 정부 부동산규제도 본격화되면서 시장변화 추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개관한 전국 견본주택 10곳(미집객 현장 제외)에 40만명을 웃도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건설사들은 지난주 서울강동·다산신도시·세종시 등 인기지역에 신규물량을 대거 선보였다. 예비청약자들도 1순위 통장을 꺼낼 만한 지역이 꽤 됐다.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에는 8만여 구름인파가 몰려들었다. 견본주택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방문객들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직원들도 명함을 나눠주며 영업전을 펼치기도 했다.

총 4932가구 규모인 고덕 그라시움은 지하철 5호선 역세권 아파트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무상발코니 확장이라는 카드를 들고 수요자 구미를 당겼다.

이기동 고덕 그라시움 분양소장은 "지하철 5호선 상일동역과 고덕역이 단지 앞에 있다"며 "9호선이 개통되면 강남·여의도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상일동역 인근 A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주말 동안 견본주택 개관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며 "한시간 이상 대기가 필요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분양 즉시 완판행진을 이어가는 다산신도시도 관심지역이다. 지난 8월 금강주택이 선보인 '다산신도시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Ⅰ'는 1순위 청약결과 평균 21.7대 1을 기록했다. 계약 시작 5일 만에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주 아이에스동서가 선보인 '다산신도시 센트럴 에일린의 뜰'도 구름인파가 몰려들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관 후 4일 간 총 4만7000여명이 다녀갔다.

지방에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세종시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계룡건설·한양이 공급하는 '세종 4-1생활권  리슈빌수자인'은 지난달 30일 개관 이후 약 5만명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 7월부터 세종시가 전국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광역지역 방문객도 늘었다.

▲'다산신도시 센트럴 에일린의 뜰' 견본주택 방문객 모습.ⓒ아이에스동서

한층 뜨거워진 분양시장과 달리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짙다. 이달 역대 최고 물량이 쏟아지며 수요자 분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 공급과잉을 인정하고 규제 방침을 발표한 상황에서 앞으로 분양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 135개 현장에서 9만5258가구(임대포함,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제외)가 공급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5만2381가구)과 비교하면 81.9% 늘어난 물량이다. 리얼투데이가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10월에 공급됐던 분양물량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물량 증가는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한 사업지가 대거 쏟아진 탓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분양시장 성수기로 꼽히는 가을시즌에 맞춰 신규물량을 내놓고 있어서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도금 대출심사 강화 등 과거처럼 누구나 청약에 나설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라며 "투자가치가 있는 중심으로 청약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도 공급 과잉을 인정하고 8·25 가계부채대책에서 공공택지 공급물량 축소 등 시장을 잡기 위해 방안을 내놨다.

실제 주택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이달부터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춘다. 두 공사에서 받을 수 있는 중도금 보증 건수도 1인당 2건씩 총 4건에서 1인당 1건 등 총 2건으로 줄어든다. 즉 수요자들은 더욱 깐깐하게 청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투데이

또한 HUG는 주택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미분양 관리지역을 지정, 관리한다. 1차로 수도권 8개, 지방 16개 지역을 선정해 분양보증 예비 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정부 규제는 양극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분양이 적체되는 지역에 등장하는 신규물량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중도금 등 자금 확보가 과거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도권에서도 서울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으로 청약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저금리가 지속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유동자금 영향으로 분양시장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축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8·25 가계부채' 대책이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월 전국 아파트 분양권 실거래 총액은 4조851억568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0%가 증가한 액수다.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2015년 동월 대비 273% 증가한 1조6328억638만원이 실거래됐다. 지방도 9% 늘어난 2조4522억9930만원으로 조사됐다. 앞으로도 저금리에 따른 투자수요는 지속할 것이란 의견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출규제 등이 본격화되기 전에 사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 신규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도 "공급과잉 우려보다는 저금리에 따른 유동자금 유입이 우세해 급격한 하락세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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