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웃길수 있어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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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웃길수 있어서 행복해요"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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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개그맨 신보라

"이왕 망가질거면 확실하게 망가져서 웃기는 게 낫죠."

여자이기 전에 웃기는 개그맨이고 싶다는 그녀. 개그맨 신보라의 소신은 역시 남달랐다.

"제가 한없이 망가져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전 만족합니다. 한 사람의 몸짓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다는 데 이것만큼 보람되고 가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청량감 있는 웃음을 전할 수 있을까'를 놓고 24시간 고민한다는 그는 "(자신의)개그를 보고 소위 '뻥' 터지는 순간을 잊지 못해 매주 고통스러운 준비 과정에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가 봐도 어처구니 없는 분장을 할 때에도 '여자로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는 생각보다 '이런 시도까지 했는데도 웃기지 못한다면 더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죠. 개그맨이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슈퍼스타KBS'에서 '10점 만점에 10점'을 부르며 다리가 엄청 두꺼운 분장을 했던 게 가장 짜릿한 기억으로 남는다는 그녀.

한 눈에 봐도 '개그 욕심'이 대단하다. 만 2년 만에 그를 '개그콘서트'의 간판 개그맨으로 올려 놓은 원동력은, 다름 아닌 타인의 웃음 속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그만의 '생활 신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을 웃기고자 하는 열망이 전부였을까? 신보라의 개그를 보면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것 같다. 탁월한 노래 솜씨와 어떤 상황극도 무난히 소화해 내는 연기력까지‥. 아마도 '준비된 개그맨'이란 표현이 가장 적당할 듯싶다. 여기에 오감을 만족시키는 그의 개그야말로 요즘 트렌드에 걸 맞는 '신상품'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살았어요. 성가대에서 찬양도 하고 지휘도 하면서 자연스레 음악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죠. 대학교에 와선 CCM 공연 활동도 병행했어요. 제 목소리가 좀 클래식컬하게 들리는 이유는 성가대 활동을 오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신보라는 CCM 보컬그룹 헤리티지 메스콰이어(Heritage Mass Choir) 출신이다. 2006년 겨울부터 만 4년간 전국 각지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보컬 기량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헤리티지에서 합창단의 일원으로 참여했을 만큼, 그의 노래 실력은 뛰어나다.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도 신보라의 이같은 재능은 빛을 발했다. 신인 개그맨임에도 불구, 기죽지 않는 모습과 놀라운 노래 실력을 선보인 그에게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신보라는 '남자의 자격'이 배출한 수많은 스타들 중 한명으로 우뚝섰다.

"'남자의 자격'에서 얻은 수확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사람이죠. 막 데뷔한지 2~3달 밖에 안된 신인이 남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친해졌고 추억을 만들었어요. 정말 꿈같은 일이었죠. 또 인지도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슈퍼스타KBS'에선 항상 화장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잘 알아보지 못했는데 '남자의 자격'에서 민낯으로 자주 나오다보니 어르신들께서도 절 알아보시더라구요. 요즘도 택시만 타면 '남자의 자격' 잘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세요."

신보라의 장점은 '남자의 자격'에서도 나타났듯 '겁을 상실한' 당돌함과 적응력이다. 매주 고강도의 긴장감을 요하는 개그콘서트 공개녹화에서도 신보라는 제 기량을 십분 발휘하기로 유명하다.

"제가 긴장을 안하는 거 같다구요? (웃음) 저도 무지 떨면서 무대에 올라가요. 다만 그렇지 않은 척 할 뿐이죠.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기 전엔 많이 긴장을 하는 편이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오히려 담대한 마음이 생겨요. 대기실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멀리서 '신, 보, 라' 라는 외침이 들리면 곧바로 뛰어 올라가죠. 그러면 갑자기 세상이 밝아진 것처럼 느껴져요. 사실 '슈퍼스타KBS'가 좀 고독한 코너에요. 다른 분들은 팀으로 움직이는데 저만 혼자이다보니‥. 또 제가 매번 첫번째 참가자로 등장한다는 점도 저를 긴장케 하는 요소가 되고 있죠."

헤리티지 시절부터 쌓인 무대 경험 탓인지 신보라는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가끔씩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를 눈치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가사를 왕창 틀린 적이 있어요. 비욘세의 이레플레이서블(Irreplaceable)'이란 노래인데, 갑자기 가사가 생각이 안나 '빠라빠라‥'하면서 가사를 대충 얼버무렸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NG가 안났어요. (웃음)"

대화를 하는 순간에도 그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한 눈에 봐도 총기가 느껴질 정도. 문득 그의 학력이 범상치 않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거제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신보라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전교 회장을 맡은 데 이어, 고등학교 때는 전교 부회장까지 맡았던 화려한 전력을 자랑한다. 현재 경희대 신문방송학과를 휴학 중인 그는 개그콘서트가 자랑하는 '엄친딸' 4인방 중 한 명이다.

"엄친딸로 불리는데 거부감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영광이죠. 무엇보다 개그맨이라고 해서 남을 웃기는 데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다른 일들도 열심히 해왔다는 점이 알려져 기분이 좋아요. 과거엔 희극인들을 좀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개그맨들이 공부 등 다른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문득, 학창 시절 '타의 모범'을 자랑하던 그가 왜 개그맨이 됐는지 궁금해졌다. 베일(?)에 싸여있는 데뷔 과정도 알고 싶기는 마찬가지. 상식적으로 '잘 나가는' 딸 자식이 덜컥 개그맨이 된다고 나섰을 때 이를 적극 지지할 부모는 얼마되지 않을 터.

"부모님 반대는 없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개그맨 시험을 치른 게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이었고 가장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4학년 때 휴학을 하고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혔을 때 '내가 뭘 하면 인생에서 참 행복을 맛볼 수 있을까' 깊이 생각했어요. 이같은 고민의 결과가 개그맨 시험 응시라는 결과로 나타났죠.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건 제가 기자나 피디가 되고 싶다는 욕심보다, 막연히 방송 관련 공부가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제가 뒤에서 뭔가를 만드는 작업만으론 평생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는 자신의 장기인 가창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개인기의 정석'이라는 코너를 꾸며 시험에 도전했고 단번에 합격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피디님께서 제 노래 실력이 남달랐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경력도 전혀 없고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하다가 개그맨이 되겠다고 찾아온 절 보고 '제는 어떤 애일까'하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같기도 해요. 또 제 이미지가 안명미 선배님과 비슷하다고 보신 것 같더라구요. 저는 운이 좋게 한 번에 붙었지만 여러번 도전 끝에 개그맨의 꿈을 이룬 동기나 선배님들을 보면 제가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을 '동기복이 가장 많은 개그맨'으로 지칭한 그는 막강한 동기들이 자신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고 있다며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는 정성도 보였다.

'여당당'의 김영희, '간꽁치'의 신종령, '까도남'의 송영길, '감수성'의 김장군, '불편한 진실'의 정은선, 정지민, 장기영, '생활의 발견'의 김기리, '헬스걸'의 이희경, 권미진, '최종병기 그녀'의 이성동 등 기라성 같은 동기들이 제 곁에 있어 항상 행복하답니다."

"남을 웃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신보라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살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사실 노래와 연기가 상당한 수준에 오른 그의 퍼포먼스를 보자면 신보라의 향후 행보가 '개그'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 노래나 연기를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시청자분들께 제가 무엇을 더 전해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게 개그가 됐든, 연기가 됐든, 어떤 분야이든지 기회만 주어진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뛸 겁니다."

[2011.10.17 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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